- 김 위원장, 집권 후 첫 공항영접
- 리설주와 활짝 웃으며 文 환대
- 호탕한 웃음·자연스러운 대화로
- 남북관계 비약 달성 의지 내비쳐

남북의 시각이 똑같이 18일 오전 10시9분을 가리킨 순간. 역사적인 평양 정상회담을 위해 순안공항에 도착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뜨거운 포옹으로 재회의 감격을 나눴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해 마중 나온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반갑게 포옹하며 인사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순안공항에 도착한 전용기의 문이 열리고 문 대통령이 김정숙 여사와 함께 등장하자, 미리 영접 나왔던 김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는 활짝 웃으며 손뼉을 치기 시작했다.

트랩을 내려온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마치 오랜 친구와 재회한 듯 포옹을 나눴다. 문 대통령은 트랩에서 내려온 뒤 자신을 기다리는 김 위원장을 향해 팔을 벌린 채 다가갔고, 두 정상은 짧은 악수 이후 서로 껴안았다. 두 정상은 서양의 볼 키스를 하듯 고개를 교차해가며 포옹을 한 뒤 두 손을 마주 잡았다.

첫 대면이었던 지난 4월 27일 1차 정상회담 때 군사분계선 상에서 남북 정상의 힘찬 악수에 한반도 냉전 해체의 의지가 담겼다면 이번 포옹에는 그 의지를 행동으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만든 정상 간 신뢰가 더해진 듯했다. 공항에 나온 북한 주민들은 한반도기와 인공기, 꽃술을 흔들며 남북 정상의 재회에 환호를 보냈다. 4·27정상회담 때 북한 시각은 우리와 30분 차이가 났지만, 그 후 남북 시간대 통일에 따라 이날 역사적 포옹의 순간 북한의 시각도 10시9분이었다.

4월 27일과 5월 26일 판문점에서 열린 1, 2차 정상회담에서 대면하면서 쌓았던 신뢰 관계를 보여주듯 두 정상 사이에는 격의나 어색함이 없어 보였다. 포옹에 이어진 호탕한 웃음과 자연스러운 대화 속에서는 현재 북미 간 교착 상황을 타개하고 남북관계의 비약을 이뤄내자는 두 정상의 의지와 자신감이 엿보였다.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대화하는 동안 남북 퍼스트레이디인 김정숙 여사와 리설주 여사도 서로 인사하고 대화를 나눴다. 두 사람도 4·27 정상회담 환영 만찬 때 만나 구면이었기에 역시 어색함이 없었다.

이날 김 위원장이 공항에 직접 나가 문 대통령을 영접한 것은 파격적인 의전으로 받아들여진다. 그가 집권 이후 직접 공항에 나가 영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위원장의 공항 영접은 2000년 6월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순안공항에 나가 김대중 대통령을 영접한 장면을 연상시켰다. 이 장면은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육로로 방북해 공항 영접 장면이 없었다.

평양·서울공동취재단=박태우 기자 ya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