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분간 ‘신뢰’ 총 18차례 언급
- 北 신문도 “제재·대화 양립 불가”

한반도 비핵화를 둘러싼 북미 간 물밑 협상이 치열한 가운데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지난 29일(현지시간) 뉴욕 유엔총회 연설에서 “미국에 대한 신뢰가 없이는 우리 국가의 안전에 대한 확신이 있을 수 없으며, 그런 상태에서 우리가 일방적으로 먼저 핵무장을 해제하는 일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고 말하며 강공 태세를 취했다.

	북한 리용호 외무상이 지난 2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리 외무상은 15분간의 연설에서 ‘신뢰’를 18차례 언급하며 비핵화 협상에서 신뢰 조성이 가장 중요한 과제임을 강조했다. 이는 ‘선 상응 조치 후 비핵화’라는 종전의 입장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인데, 평양 남북 정상회담과 유엔총회를 거치며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이 추진되는 등 최근의 북미 관계의 변화를 감안하면 예상을 깨는 발언이다.

다만, 리 외무상의 위치와 전 세계에 공개되는 유엔총회 연설의 성격, 북한의 체제 특성 등을 감안하면 이번 유엔총회 연설에서 전향적인 내용을 기대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때문에 이번 유엔총회 연설이 국세사회를 향해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대원칙을 천명하는 동시에 미국에 대해서는 비핵화 담판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는 ‘장외 압박용’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는 또 “제재가 우리의 불신을 증폭시키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말하며 대북제재 완화 역시 ‘신뢰’의 문제로 규정, 향후 제재 완화 공세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리 외무상의 이 같은 발언에 이어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30일 논평을 통해 “미국이 제재 압박의 도수를 높이면서 상대방과 대화하자고 하는 것이야말로 모순”이라며 “미국은 대세의 흐름을 옳게 가려보고 선택을 바로 하여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신문은 또 최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이행을 둘러싼 미·러 갈등과 중국 업체에 대한 미국의 독자 제재 부과 및 중국의 반발 등을 거론하면서 “제재를 문제 해결의 만능 수단으로 삼는 미국에 의해 복잡한 문제들이 계속 나타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북한 선전매체인 ‘메아리’는 이날 미 국방부가 초소형 위성을 북한 대량살상무기(WMD) 감시에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일부 언론 보도와 관련해 미 군부에 “정세를 불안하게 하는 일체의 군사적 움직임을 삼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태경 기자 tg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