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협상 장기화 … 연내 종전선언 ‘복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제2차 북미 정상회담 시기를 미국 중간선거일인 다음 달 6일 이후가 될 것이라고 밝힘에 따라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둘러싸고 북미 간 치열한 ‘밀고 당기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간선거 이전’이라는 시간에 쫓겨 ‘졸속 합의’를 하지 않겠다는 미국 측 계산이 깔린 것인데, 연내 종전선언을 목표로 해 온 우리 정부로서는 북미 간 시간 싸움이라는 복병을 만나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이오와주에서 열리는 중간선거 지원 유세를 위해 에어포스원을 타고 가는 도중 기자들에게 북미 정상회담 시기와 관련해 “중간선거 이후가 될 것이다. 지금 당장은 갈 수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 이후’라고 시기를 명시함에 따라 북미 양측은 ‘연내 개최’를 잠정 목표로 삼고 의제와 일정·장소를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시간 제약에서 벗어난 미국은 비핵화-상응 조치 ‘빅딜’과 관련해 철저한 계산을 할 여유를 갖게 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1차 임기(2021년 1월 종료) 내’라고 구체적인 비핵화 시간표를 제시한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시한을 설정하지 않겠다”며 ‘검증된 비핵화’를 강조해왔다. 이는 1차 북미 정상회담은 물론이고 최근의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에서도 구체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는 상황에서 2차 북미 회담에서는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감을 트럼프 행정부가 안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스티븐 비건 미 대북 특별대표와 카운터파트로 거론되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간의 실무협상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와 ‘종전선언’ 등의 구체적인 합의가 이뤄져야 본격적인 2차 북미 회담의 시기, 장소 등의 의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2차 북미 회담 시기를 앞당기려는 북한과 달리 미국이 성과 있는 협상에 주력하겠다는 뜻을 보임에 따라 북미 간 의제 조율도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연내 종전선언 성사 가능성도 북미 간 실무협상과 북미 정상회담의 개최 시기에 좌우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