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선 강행할 땐 민심 역풍

- ‘민주당표 시정’ 동력 훼손

- 오 시장 부담 덜어주려 한듯 

- “도덕성 상쇄할 자질 못갖춰”

- 시의회 특위 ‘부적격’ 의견

부산교통공사 사장 공모에 응했던 정경진 전 부산시 부시장과 부산지방공단 스포원 이사장 공모에 지원했던 김종철 전 시상수도사업본부장이 30일 후보 응모를 철회하고 동반 사퇴했다.

정 전 부시장은 이날 기자회견문을 내고 “부산시 의회 인사검증 결과, 제가 사장 후보로서 자격이 부족하다는 결정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시의회의 의견을 존중해  부산교통공사 사장 응모를 자진 철회하는 뜻을 시에 전달했다”면서 “저의 부덕으로 시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시의회 인사검증 특별위원회는 이날 1, 2소위원회별로 회의를 개최한 뒤 다시 전체회의를 열고 인사검증 종합보고서를 채택했다. 보고서는 ‘엘시티(LCT) 선물 수수’ 논란에 휘말린 정 전 부시장과 김 전 본부장에 대해 ‘부적격’ 의견을 냈다. 이산하 1소위 위원장은 “엘시티 선물을 받은 정경진 후보는 도덕성에 문제가 있을 뿐 아니라 업무 전문성 역시 흠결 있는 도덕성을 뛰어넘을 만큼 자질을 갖추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문기 제2소위 위원장은 “김종철 후보는 최고 관리자로서 도덕성 등 조직의 발전과 쇄신을 담보하기에는 부족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정 전 부시장과 김 전 본부장이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은 엘시티 선물 수수로 인사검증 과정에서 도덕성 논란이 일면서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데다 공공 기관장 임명을 앞둔 오거돈 시장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결정으로 보인다. 

시의회의 인사검증 보고서는 법적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오 시장이 시의회의 권고와는 관계없이 공공기관장 인선을 강행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인사검증 과정에서 흠결이 제기된 후보자를 공공기관장으로 임명할 경우 시민사회의 비판과 함께 정치적 책임을 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정 전 부시장이 자진해서 사퇴 의사를 밝힘으로써 오 시장의 부담을 덜어줬다는 지적이다.

지역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태수 시 정책특보가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혀 오 시장이 시정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공공기관장 인선마저 논란을 빚을 경우 ‘민주당표 시정’의 동력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민주당이 정 전 부시장의 자진 사퇴와 관련해 ‘조율’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오 시장은 이날 오후 입장문 발표를 통해 “시의회의 결정을 존중하는 한편 (사퇴 의사를 밝힌)  두 분의 결단을 겸허히 수용한다”면서 “적합으로 통보된 다른 후보자들은 신속하게 임명절차를 거쳐 업무공백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윤정길 김미희 기자 yjk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