갖은 우여곡절을 겪은 ‘엄친딸’(엄마 친구 딸·모든 걸 갖춘 사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이 삼수 끝에 보수 진영 최초의 여성 원내대표에 선출됐다. 자유한국당은 11일 4선의 나경원(서울 동작을) 의원을 신임 원내사령탑으로 선출했다. 보수 진영의 대표적인 ‘엘리트 정치인’에서 원내대표에 오른 나 의원이 ‘보수통합’과 ‘대여 견제력 확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자유한국당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나경원(왼쪽) 정용기 의원을 각각 신임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으로 선출했다. 이용우 기자 ywlee@kookje.co.kr

■스타 정치인에서 보수당 선봉

나 의원은 이날 ‘원내대표·정책위의장’을 선출하기 위해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총 103표 중 68표를 받아 김학용(35표) 의원을 압도적으로 누르고 당선됐다. 원내대표와 한 조를 이뤄 출마하는 정책위의장에는 재선의 정용기(대전 대덕) 의원이 선출됐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판사 출신의 나 신임 원내대표는 2002년 당시 법조계 대선배인 이회창 한나라당(자유한국당 전신) 대선후보 특보로 정계에 입문했다. 2004년 17대 국회에서 비례대표로 원내에 진출했고 18대 총선 때 서울 중구에서 당선되며 재선에 성공했다. 이때 당 대변인과 최고위원 등을 지내며 당의 간판 여성 정치인으로 떠올랐다. 탄탄대로를 달리던 그는 2011년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의 사퇴로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현 시장에게 패배하고, 19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정치적 시련을 겪었다. 하지만 2014년 7·30 서울 동작을 보궐선거에서 당시 노회찬 야권 단일 후보를 꺾으며 화려하게 재기했다.

■보수 통합·강한 야당 과제

나 원내대표의 앞날은 만만치 않다. 이번 원내대표 경선 과정에서도 다시 반복된 잔류파·복당파, 친박(친박근혜)·비박(비박근혜)계 등 계파 갈등의 고리를 끊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 의원은 이날 당선 소감에서 “의원들이 과거 아닌 미래를 선택했다. 분열이 아닌 통합을 선택했다. 이제 지긋지긋한 계파 이야기는 없어졌다고 생각한다. 이제 정말 하나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잔류파·친박계의 지원을 받은 나 원내대표도 계파 해소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힘을 잃은 친박계 중심의 잔류파가 부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반면 당의 주류를 형성했던 복당파는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복당파 대표주자로 나선 김학용 의원이 너무 저조한 득표력을 보인 점이 뼈아픈 부분이다. 이번 원내대표 경선 결과는 내년 초 전당대회 판세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강한 야당’ 구축도 나 원내대표의 숙제다. 그는 정견 발표를 통해 “그동안 우리 당은 보수정당답지 못했다. 보수 가치와 원칙을 훼손하는 경우는 장외투쟁과 정책저항 운동을 통해 반드시 저지하겠다”며 강력한 대여 투쟁을 예고했다. 나 원내대표의 당선이 바른미래당과의 보수 통합에는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나 원내대표가 친박·잔류파의 지원을 받은 만큼 ‘박근혜 청산’을 주장하기에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갈수록 존재감 잃는 PK

이번 한국당 원내대표의 경선에서 부산 울산 경남(PK) 출신 후보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4명의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후보 중 수도권이 3명, 충청권이 1명이었다. 20대 국회 들어 처음 있는 일이다. 부산 출신인 유기준(부산 서·동구) 의원은 러닝메이트인 정책위의장을 끝내 확정 짓지 못하면서 후보 등록을 포기했다.

텃밭이던 PK에서 20대 총선, 지난해 5·9대선, 지난 6·13지방선거 등에서 패배해 갈수록 한국당의 ‘탈영남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 이유로 꼽힌다. 부울경 의원이 당내 핵심 자리에서 밀려나면서 PK 정치력도 점차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부울경 다선 의원은 물갈이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박태우 김해정 기자 ya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