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각선 이재명에 단호한 대응 주장

더불어민주당은 12일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사진) 경기도지사(국제신문 12일 자 6면 보도)에 대한 당 차원의 징계를 유보했다. 이 지사가 광역단체장으로서 갖는 당무위원 자격을 포함한 모든 당직을 내려놓고 평당원으로 ‘백의종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이 같은 결정은 징계 강행에 따른 당내 분란을 해소하는 동시에 재판 결과에 따라 이 지사가 대권 행보를 재개하기 위한 절충안으로 보인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지사가 당원으로서 권리를 행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당을 위해 재판이 종료될 때까지 당원의 의무를 다하되 모든 당직을 내려놓겠다고 저에게 전화를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를 수용하고 아무쪼록 모든 당원이 일치 단결해 민주당이 분열되지 않도록 마음을 잘 모아주실 것을 당부드리면서 재판 과정을 지켜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 후 브리핑에서 “이 지사가 당원권을 내려놓겠다고 했고, 당이 그것을 공식화한 것”이라며 “당원권이 정지됐다고 해서 당원이 아닌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원권 정지에 기한을 설정한 것은 아니다. 재판 결과에 따라 명예를 회복할 수도 있고, 윤리심판원에서 본격 논의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이 이 지사를 윤리심판원에 회부하는 등 징계 절차를 추진하지 않기로 한 것은 이 지사가 직권 남용 등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을 여지가 있는 점을 고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차기 대선 후보급 인사로 민주당의 자산이라 할 수 있는 이 지사 자신이 강하게 무죄를 주장하고 있는 만큼 기소 단계에서 징계를 내리기는 부담스러웠을 것이란 관측이다.

검찰이 전날 ‘혜경궁 김씨’나 ‘일베 가입’ 의혹, ‘여배우 스캔들’ 같은 민감한 사안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려 정치적 부담을 일정 부분 덜었다는 인식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고위원들은 징계를 강행하면 이 지사의 열성 지지자의 항의집회 등 당내 분란을 우려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 지사가 검사 사칭 전력을 부인한 혐의를 받는 등 당의 이익과 무관한 일로 논란을 일으켰고, 당 이미지도 실추시킨 만큼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아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

박태우 기자 ya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