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남권 5개 시·도·정부 결정 뒤집기

- 오거돈 시장 복잡한 이해관계 직면
- 국면 전환용 아닌 정치적 담보 필요
- ‘부산의 미래’ 청사진·진정성 보여야

# 정치권·지역 갈등 논리 싸움 불가피

- 여야 이견 없는 합의로 동력 만들고
- 경남·울산 지지 통한 우군 확보 필수
- TK·수도권 설득할 전략 새로 짜야

오거돈 부산시장이 ‘가덕도 신공항’을 민선 7기 시정의 승부수로 사실상 택했다. ‘김해공항 확장(김해신공항)→가덕도 신공항’이라는 단계적 해법 대신에 동남권 관문공항에 턱없이 못 미치는 김해신공항을 거부하고 가덕도 신공항 건설로 180도 방향을 선회하는 양상이다. 오 시장의 이 같은 선택은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정된 영남권 5개 시·도 및 정부의 결정을 뒤집어야 한다는 점에서 과거보다 훨씬 더 어려운 길일 수밖에 없다. 오 시장을 비롯한 가덕도 신공항 추진 주체가 정치적 생명을 걸고 진정성을 보여야 겹겹이 쌓인 난제를 풀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부울경 검증단 동남권 관문공항 검증 중간보고회’가 지난 24일 오후 김해시 주촌면 김해중소기업비즈니스센터에서 열렸다. 회의에는 검증단장을 맡은 더불어민주당 김정호(경남 김해을) 의원과 오거돈 부산시장, 김경수 경남도지사, 김석진 울산시행정부시장을 비롯해 3개 시·도 공무원과 검증위원들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정치적 담보’ 필요

영남권 5개 시·도 단체장과 정부 합의에 따라 2016년 6월 발표된 ‘동남권 신공항’은 김해공항을 확장한 형태의 ‘김해신공항’이었다. 이에 정부는 2026년까지 김해공항 인근 290㎢ 부지에 3200ｍ 활주로 1개와 국제여객터미널 등 부대시설, 철도·도로 등 접근 교통망 등 부대시설 건설을 동시에 추진하기로 하고, 올해 말 기본계획을 발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오 시장과 김경수 경남도지사, 송철호 울산시장 등 동남권 광역단체장 3명이 ‘김해공항 확장 불가’에 의견을 같이하면서 정부 계획은 차질을 빚게 됐다.

문제는 김해신공항 계획이 곧바로 가덕도 신공항 건설로 변경 추진될 수 없다는 점이다.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와 법적 절차를 고려하면 된다고 해도 최소 10년 이상 기간이 필요하고, 또다시 흐지부지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결국, 그 피해는 동남권 주민이 감당할 수밖에 없다. 과거 10년 이상 각 정파가 신공항 소재를 정치적 국면 전환을 위해 활용하다가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결론을 냈던 것도 오 시장을 비롯한 추진 주체의 정치적 담보가 필요한 이유다. 국면을 전환하기 위한 카드가 아니라 ‘가덕도 신공항이 부산의 미래’라는 확실한 청사진과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는 뜻이다.

■‘부산 합의’ 기본

부산 민·관·정의 가덕도 신공항에 관한 합의(공감대)를 끌어내는 것도 기본 요소다. 과거 가덕도 신공항이 강한 동력을 얻지 못한 데는 부산 내부의 이견도 작용했다. ‘밀양 신공항’으로 똘똘 뭉쳤던 대구·경북(TK)과 달리 전임 보수 정권 시절 부산 주류 세력의 입장은 가덕도 신공항 건설과 김해공항 확장 등으로 엇갈렸다. 이번에도 이 같은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 오 시장의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 입장에 대해 야권은 물론 여권에서도 찬반 논란이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부산지역 의원은 장기적으로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공감하면서도 김해공항 확장을 중단하는 데는 찬반으로 엇갈린다. 자유한국당 부산지역 정치권은 신공항 이슈에 다소 거리를 두고 있다.

■선 PK 우군 확보, 후 TK 설득 필수

경남과 울산을 우군으로 확보하는 것은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의 핵심 요소다. 동남권 신공항이 백지화됐던 2011년,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정 났던 2016년 모두 정부 용역 결과 신공항 입지 측면에서 가덕도는 밀양에 뒤졌다. 대구·경북이 주류였던 정권의 정치적 입김도 있었지만, 부울경의 의견이 쪼개지면서 힘을 받지 못한 측면도 부인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이번에는 김경수 도지사와 송철호 시장으로부터 ‘가덕도 신공항 지지’라는 확실한 약속을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김 지사와 송 시장이 김해공항 확장에 반대하면서도 신공항 입지에 대해 가덕도를 공개적으로 지지하지 않고 있는 점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부산이 대구·경북을 설득할 카드도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부울경이 가덕도 신공항을 공식화하면 대구·경북도 밀양 신공항을 다시 꺼내들 가능성이 농후하다. 현재 경북 군위나 의성으로 추진되는 대구공항 이전은 김해신공항을 전제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정부·수도권 논리 뒤집기

사실상 수도권의 입장을 대변하는 정부 논리를 뒤집는 것은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을 위한 최대 난제로 꼽힌다. 국토부는 애초부터 ‘인천공항 집중화’에 대한 의지를 보이면서 제2 허브공항 또는 관문공항을 지향하는 동남권 신공항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정부가 2011년과 2016년 두 차례의 용역을 통해 가덕도 신공항을 무산시킨 데는 이런 입장이 작용했다. 다만, 공식적인 정부 용역을 통해 가덕도 신공항이 좌절됐던 만큼 다시 살리려면 이전과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용역을 뒤집을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최종 결정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기기 때문이다.

박태우 기자 ya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