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 합동군사훈련 중단도 촉구
- 북미회담 文 중재자 필요성 커져

- 자력갱생 경제개혁 추진 강조
- 내부 시스템 변화 의지 반영도

- 민주당 “비핵화 재천명 환영”
- 한국당 “실질적 진전은 없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일 발표한 신년사는 대내적으로 자력 갱생과 경제 개혁, 대외적으로는 비핵화 재천명과 조건 없는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재개에 초점을 맞췄다.

	북한 김정은(왼쪽 두 번째) 국무위원장이 1일 여동생인 김여정(왼쪽 세 번째) 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 조용원(왼쪽) 당 조직지도부 부부장,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과 함께 신년사 발표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남·북·미 관계

김 위원장이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면서 미국의 상응조치를 강조하고, 남한을 향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아무런 조건이나 대가 없이 재개하자고 제안한 것은 국제사회에 대북제재 완화나 예외조치를 인정해 달라고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이 “핵무기를 만들지도 시험하지도 않으며 사용하지도 전파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자신의 비핵화 조치를 강조한 것도 미국에 동시적 행동을 촉구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북과 남이 평화번영의 길로 나가기로 확약한 이상 조선반도 정세 긴장의 근원으로 되고 있는 외세와의 합동군사연습을 더 이상 허용하지 말아야 하며, 외부로부터의 전략자산을 비롯한 전쟁장비 반입도 완전히 중지돼야 한다”는 말로 한미 합동군사훈련 중단을 촉구하면서도 ‘우리의 주장’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남한이 수용하기 어렵다는 전제 속에 압박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이 “언제든 미국 대통령과 마주 앉을 준비가 돼 있고 국제사회가 환영할 결과를 만드는 데 노력할 것”이라며 북미 정상회담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힘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의 ‘등판’ 필요성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올해 초로 예상되는 김 위원장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담판을 실질적인 비핵화 진전의 장으로 만들려면 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미국으로부터는 일정한 ‘상응 조치’를 끌어내고, 북한으로부터는 ‘진정한 비핵화 담보 방안’을 유도하는 등 북미 양측의 접점을 찾는 데 문 대통령이 전략적 소통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북한 경제 개혁 박차

김 위원장은 지난해 4월 핵·경제 병진 건설 노선 종결을 선언하면서 이어온 경제정책 기조를 올해 신년사에서 공식적으로 채택했다. 김 위원장은 “자립경제의 잠재력을 남김없이 발양시키고 경제발전의 새로운 요소와 동력을 살리기 위한 전략적 대책을 강구하며 나라의 인적, 물적 자원을 경제건설에 실리 있게 조직·동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북한 경제가 내부 자원을 총동원해 자력 갱생 노선을 추구하더라도 경제 시스템의 변화 없이는 경제발전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 정치권 반응

여야는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김 위원장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및 남북관계 개선을 향한 확고한 의지를 분명히 밝힌 점을 적극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에 반해 자유한국당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북한이 핵 폐기를 위한 실질적인 비핵화를 전혀 하지 않고 국제사회의 제재 완화 등 상응 조치만을 고집해 종전의 북한 입장을 그대로 되풀이한 것에 불과하다”며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관광 재개는 북핵 폐기의 실질적 진전 없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김태경 김해정 기자 tg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