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차회담 기대치 낮추며 북 압박
- 미 국무부도 FFVD 달성 강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2차 정상회담을 앞두고 “서두르지 않는다”는 말을 5번이나 반복했다. 속도조절론의 재확인 차원으로, 다분히 의도적인 것으로 보인다. 2차 회담의 결과물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려는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미국은 급할 게 없으니 북한이 움직여야 한다는 압박성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관측이 동시에 나온다.

	트럼프, 우주군 창설 명령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우주군 창설에 관한 ‘우주정책명령 4호’에 서명한 뒤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핵실험이 없는 한 서두를 것이 없다”며 비핵화를 위한 시간표는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EPA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북미 2차 정상회담에서 궁극적인 목표는 비핵화”라며 말한 후 “특별히 서두르고 있지는 않으며 대북제재는 그대로”라고 밝혔다.여기서 주목할 대목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서두르지 않는다”는 말을 5번이나 한 점이다.

“(핵·미사일) 실험이 없는 한 서두르지 않는다”는 말도 했다.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미 본토를 위협하지 않는 현재 상황에 만족한다는 뜻으로 읽힐 수 있어 당장 2차 회담 결과물의 목표치를 낮춰잡았음을 시사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2차 회담에 대한 미 정치권 안팎의 회의론도 감안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일각에서도 회담의 성과에 회의적 시각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강조함으로써 충분한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것에 대한 비판을 사전 차단하려는 포석일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를 궁극적으로 보게 될 것”이라며 곧바로 “긴급한 시간표는 없다”는 표현도 썼다.

비핵화 문제를 한 번에 거둘 수 있는 결실로 상정하지 않고 추후 달성할 목표로 제시하면서 단계적으로 협상을 진행할 것이며 지체 없는 핵신고 등으로 북한을 압박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힐 수 있다. 북미가 서로 테이블에 협상 의제를 모두 올리고 힘겨루기를 시작한 마당에 제재 완화가 급한 북한을 상대로 주도권 싸움을 마다치 않겠다는 의미일 수 있다.

로버트 팔라디노 미 국무부 부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의미와 관련해 “우리의 목표와 관련해 변한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제재 완화가 상응조치에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제재에 대한 입장은 분명하다. 그것은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가 달성될 때까지 유지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태우 기자 ya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