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구에 변호사사무실 내거나
- 연구소·포럼 조직해 공간 마련
- 최택용 등 지역현안 해결 ‘발품’

내년 4월 15일 치러지는 21대 총선을 1년 앞두고 금배지를 달기 위한 전·현직 원외 위원장의 ‘표심 공략’ 행보가 한층 빨라지고 있다. 상당수 원외 위원장은 불리한 조건에서 현역 의원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23일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을 보면 원외 위원장은 지역사무실 운영은 물론 후원금 모금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 현역 의원은 지역에 사무실을 두고 정부 예산으로 지역구 보좌진(평균 2명)을 배치하고 있다. 반면 원외 위원장은 사무실을 운영하더라도 자원봉사자만 둘 수 있다. 이 때문에 현역 의원과 원외 위원장 간 경쟁이 애초 불공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역은 선거가 없는 해에는 연간 1억5000만 원까지, 선거가 있는 해에는 3억 원까지 후원금을 모금할 수 있다. 원외는 선거 120일 전 예비후보 자격을 갖췄을 때 1억5000만 원까지 후원금을 모을 수 있다. 현행법상 원외 위원장의 손발을 꽁꽁 묶어놓은 셈이다.

현직 변호사인 일부 원외 위원장은 이 같은 불리한 조건을 만회하려고 직업 프리미엄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지역구로 변호사 사무실을 옮겨 ‘일과 얼굴 알리기’를 병행하며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자유한국당 김미애 해운대을 당협위원장은 지난달 법무법인 한올의 분사무소를 재송동에 열었다. 김 위원장은 “부산지법 동부지원 근처여서 업무에 편리하고 유동인구가 많은 대로변이라 지역 주민에게 얼굴을 알리기에도 좋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친구 대표변호사인 한국당 곽규택 중영도 당협위원장은 변호사 사무실을 영도구 대평동으로 옮겼다. 곽 위원장은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영도지역 표밭 다지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1월 열린 자유한국당 공개오디션에서 김척수 전 부산시의원을 누르고 당협위원장으로 뽑힌 김소정 사하갑 당협위원장 역시 사하구 괴정동에 변호사 사무실을 냈다. 김 위원장은 사하초,동주여중, 삼성여고를 졸업한 ‘사하구 토박이’다. 김 위원장은 “사하구가 상대적으로 법률서비스 소외지역이어서 사건을 상담하려고 찾는 지역 주민이 많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유정동 북강서을 지역위원장도 지역구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연구소나 포럼을 조직해 사무실을 내는 경우도 있다. 김대식(한국당 전 해운대을 당협위원장) 해운대아카데미, 조전혁(한국당 해운대갑 당협위원장) 해운대경제연구소, 정오규(한국당 전 서동구 당협위원장) 생활정치연구소, 임정석(바른미래당 서동구 당협위원장) 상생경제연구소 등이 대표적이다.

대부분 원외 위원장은 선거법상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어 발품을 팔고 있다. 민주당 박성현 동래구 지역위원장은 “지역에서 명함을 돌리는 것도 함부로 할 수 없어서 각종 행사를 일일이 찾아 다니면서 얼굴을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최택용 기장군 지역위원장은 도시철도 정관선 범군민추진위원회 발족 준비, 원전해체연구소 등 지역 현안을 해결하는 데 발 벗고 나섰다. 최 위원장은 “대규모 계획도시인 정관신도시의 미래를 믿고 입주한 8만3000여 명의 정관읍민은 교통망 미비와 의료시설 부족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면서 “부산시가 준비 중인 기존 정관선 계획에 도심으로 더욱 확장된 노선안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소속 이성권 전 의원은 최근 생계도 해결하고 독서 문화도 전파하기 위해 부산진구 가야동에 ‘북카페 공감’을 열었다. 김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