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 보는 장사만은 아닌 민주당

- 문재인 정부 집권 3년 차 불구
- 지지부진한 개혁입법 뒷받침
- 선거법·공수처법 ‘패키지’ 처리
- 정치력 회복·범여권 결속 효과도

# 선거제 개편 땐 잃을 것 많은 한국당

-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하면
- 의석 수 100석 이하 전락 우려
- 범여권 성향 난립 저지 포석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2박3일간의 국회 난투극’을 벌인 근본 이유에는 내년 4월 21대 총선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과 한국당 모두 총선 공천을 위한 ‘충성 경쟁’과 ‘지지층 결집’을 위해 사생결단식 대치를 선택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정치적 협상 능력을 상실한 민주당이나 물리력을 행사한 한국당이나 ‘20대 국회의원을 싹 바꿔야 한다’는 당위성만 국민에게 새삼 각인시켰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가운데) 원내대표가 28일 오후 선거제와 개혁법안 패스트트랙 지정을 위해 민주당 의원들이 비상대기 중인 국회 예결위 회의장 앞에서 긴급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자유한국당 나경원(가운데)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28일 오후 정개특위가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국회 행안위 회의실 앞에서 긴급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정개특위는 열리지 않았다. 이용우 기자

■청와대 관심, 민주당 부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및 검경수사권 조정은 청와대의 숙원 과제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여러 차례 관련법 통과를 사법 개혁의 두 축으로 강조했다.

애초 선거제 개편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던 민주당이 선거제 개편과 함께 검찰개혁법을 ‘패키지 패스트트랙’으로 주도한 배경으로 분석된다. 문 대통령 취임 3년 차에도 여당의 개혁 입법 뒷받침이 지지부진한 상황이 민주당으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청와대도 국회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사실상 민주당의 패스트트랙 강행 처리를 독려하는 모양새가 됐다.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은 여야의 국회 충돌 상황 등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청와대가 국회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조 수석은 지난 27일 ‘[포토] 폭력으로 얼룩진 국회의 시간’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페북에 게재했다. 26일에도 “검경수사권 조정을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도 ‘전자입법발의 시스템’으로 제출됨. 이로써 패스트트랙 4개 법안 제출 및 소관 상임위 회부, 모두가 완료됨”이라고 썼다. 국회 내 몸싸움과 회의 방해 행위를 처벌하는 내용의 국회법, 공직선거법, 형법 규정도 올렸다. 물리적 저지에 나선 한국당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선거제 개편의 최고 혜택을 정의당이 받는 것으로 분석된 것도 패스트트랙을 추진한 배경으로 꼽힌다. 정의당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범여권으로 인식되고 있고, 당·정·청의 개혁 정책 추진에 협력적 관계를 유지해왔다. 통폐합 지역 의원의 반발, 선거구 획정의 어려움으로 선거제 개편이 현실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작용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국당, 100석 유지 힘들 수도

한국당이 민주당의 패키지 패스트트랙에 거세게 반발하는 것은 ‘선거제 개편’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그동안 ‘게임의 룰’인 선거제에 대해 여야가 합의 처리했다는 점에서 민주당이 반발의 빌미를 제공한 측면이 있다. 특히 한국당은 여야 4당이 합의한 대로 내년 총선 때 선거제가 바뀌면 100석도 얻기 힘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여야 합의안은 지역구 수를 현행 253석에서 225석으로 줄이고, 비례대표를 75석으로 늘이는데 정당 득표율에 50%의 연동률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이를 20대 총선 당시 기준으로 하면 새누리당(한국당 전신)의 의석수는 122석에서 106석, 민주당은 123석에서 105석으로 줄어든다. 반면 6석이던 정의당은 14석을 가져가는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정당 지지율 변화를 고려하면 한국당 의석수는 더 줄어들고, 민주당과 정의당 의석수가 추가로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당이 여야 4당의 선거제 개편을 관철하기 위한 패스트트랙 추진을 ‘좌파 연대를 통한 영구 집권 시나리오’로 의심하고 있는 이유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28일 국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헌법 파괴 세력인 문재인 정권과 좌파 야합 세력과 싸우지 않으면 정치인의 최대 직무유기”라고 민주당과 대립각을 세웠다.

패스트트랙이 민주당과 한국당이 ‘적대적 공생’의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민주당과 한국당 모두 내년 총선에 대비해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호재로 활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박태우 기자 ya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