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학규 “대표 퇴진 전제안” 거부
- 유승민계, 先지도부 퇴진 고수

지도부 퇴진을 둘러싼 바른미래당 내홍이 혁신위원회 설치 문제로 번지고 있다.

다수 의원은 내홍을 수습하는 것은 물론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의 비전과 전략을 제시할 혁신위원회 구성에 공감하고 있지만 혁신위원장 선임과 혁신위 권한을 둘러싸고 당권파, 안철수계, 바른정당계 등 세 계파가 현격한 입장 차이를 보인다. 혁신위 출범은 손학규 대표의 퇴진 시점과 맞물려 있어서다.

국민의당 출신 안철수계 의원 6명은 27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바른정당계 정병국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혁신위 설치를 제안했다. 정 의원은 5선으로 당내 최다선이다. 이들은 “혁신위는 당 혁신과 관련된 모든 의제와 사안을 제한 없이 다뤄야 하고, 최고위는 혁신위 결정을 조건 없이 수용해야 한다”며 “혁신위 활동 기한은 다음 달 말까지 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는 김삼화 김수민 김중로 이동섭 이태규 의원 등 5명이 참석했고 해외 출장 중인 신용현 의원도 공동 성명에 서명했다. 혁신위가 내달 말까지 당 혁신과 관련된 모든 사안을 논의한 뒤 최종 결정안을 내놓으면 당 지도부는 조건 없이 따라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병국 혁신위’는 손 대표가 지난달 당 수습 방안으로 내놓은 카드이기도 한 만큼 이른바 당권파도 이견 없이 수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깔렸다. 혁신위가 당내 혁신안을 내놓을 때까지는 한시적으로 ‘손학규 체제’를 인정하겠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손 대표는 안철수계의 제안이 지도부의 단계적 퇴진을 끌어내려는 수순이라고 보고 사실상 거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손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표 퇴진을 전제로 한 혁신위원회를 구성할 생각은 없다”며 “혁신위원장은 당의 비전을 실천하고 미래를 열어갈 인사, 당의 화합을 이끌 중립적 인사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퇴진도, 2선 후퇴도 없다. 꼼수도 없다”며 “대표 퇴진을 전제로 한 혁신위원회를 구성할 생각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유승민 의원, 오신환 원내대표를 포함한 바른정당계 역시 안철수계의 ‘정병국 혁신위’ 안에 회의적이다. 바른정당계 의원 다수가 ‘선(先) 지도부 퇴진, 후(後) 혁신위 출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른정당계 한 의원은 “지도부 사퇴 없이 혁신위가 출범하게 되면 결국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해정 기자 cal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