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스트트랙 합의’ 놓고 불만
- 김도읍 “원천 무효 넣었어야”
- 나경원 리더십 타격 가능성

- 이인영 “의회주의 전면 부정”
- 6월 임시국회 반쪽 운영 시사
- 정의당 “한국당 의원직 총사퇴를”

국회가 정상 가동을 목전에 두고 다시 안갯속에 빠졌다. 자유한국당이 여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의 정상화 합의문 추인을 거부한 것이 원인이 됐다. 여야 3당 원내대표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과 관련한 합의 내용을 애매모호한 문구로 채워 추인 불발은 예고된 결과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24일 오후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추가경정예산안에 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이용우 기자 ywlee@kookje.co.kr

■또 패스트트랙이 발목

한국당 의원총회에서 여야 3당 원내대표 합의문의 추인이 불발된 것은 선거법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법(공수처법) 등 패스트트랙 합의 내용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때문으로 알려졌다. 여야 3당 교섭단체는 ‘선거법, 공수처법, 검경수사권 조정법 등 패스트트랙 법안은 각 당의 안을 종합해 논의한 후 합의 정신에 따라 처리한다’는 문구를 합의문에 담았다. 그동안 패스트트랙에 오른 해당 안건의 처리 방안을 놓고 민주당은 ‘합의처리에 노력한다’ 한국당은 ‘합의처리’를 주장하며 맞서왔는데 이번에 ‘합의 정신’이라는 문구로 접점을 찾은 것이다.

하지만 한국당 의원들은 “합의한다는 것이냐, 안 한다는 것이냐”며 거세게 반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진복(부산 동래) 의원은 “‘합의 정신의 의미가 도대체 무엇이냐’는 의원의 불만이 많았다”고 말했다. 김도읍(부산 북강서을) 의원은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에 관한 ‘원천 무효’ 정신을 명확히 넣었어야 했다. ‘합의처리한다’가 아니라 ‘합의 정신에 따라 처리한다’는 표현은 원천 무효의 정신을 대변한다고 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고 전했다. 유기준(부산 서·동) 의원도 “거의 만장일치 격으로 합의안을 반대했다. 우리가 두 달간 장외투쟁을 했는데 이 정도 합의문은 국회 복귀를 하는 명분으로 충분하지도 않고, 실리도 못 찾았다는 것이 의원 대다수의 의견이었다”고 전했다.

의원총회에서 나경원 원내대표의 거취에 관한 이야기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불신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한 의원은 “나 원내대표는 원내 협상을 끌어갈 전략도 없고 능력도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당이 의회 부정”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여야는 한국당을 맹비난했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한국당의 여야 3당 원내대표 합의안 추인이 불발된 데 대해 “합의와 절충, 타협으로 진행돼야 하는 의회주의에 대한 몰이해이자 전면 부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나경원 원내대표가 최선을 다했는데, 한국당 안에서 합의를 뒤집는 것은 국회 정상화를 바랐던 국민 여망을 정면으로 배반한 것”이라며 “국민을 생각하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원내대표는 앞으로 6월 임시국회 의사 일정과 관련,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을 꼬박꼬박하겠다”며 “다른 당 원내대표와도 상의하겠다”고 당분간 ‘반쪽 국회’ 운영을 시사했다. 이어 ‘한국당과 추가 협상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한국당 상황이 우선 정리된 다음에 판단할 문제”라며 “우리 당은 모든 상임위원회와 소위원회 활동에 정상적으로 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의당 여영국 원내대변인도 “늦게나마 도출된 합의도 한국당에 의해 휴짓조각이 돼버렸다”며 “놀면서 세금이나 축내지 말고 국가와 사회를 위해 모든 의원직을 내려놓을 것을 진심으로 권유한다”며 한국당의 의원직 총사퇴를 요구했다.

박태우 김해정 기자 ya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