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중순부터 시작될 북미 간 실무협상에서 미국 측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새 북측 카운터파트에 과거 북핵 6자 회담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외무성 출신 ‘대미 통’인 김명길 전 베트남 대사가 내정된 것으로 4일 알려졌다.

	비건(왼쪽), 김명길

김 전 대사는 2006∼2009년 6자 회담 당시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로 회담에 참여하며 북한의 ‘비공식 주미대사’ 역할을 했다. 외무성 산하 군축 평화연구소에서 근무하며 대미 업무에 정통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5년 8월 베트남 대사로 임명된 이후 지난 4월 본국으로 돌아갔다. 지난 2월 27, 28일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기간 김 위원장과 북한 대표단을 현지에서 밀착 수행하며 ‘하노이 핵 담판’의 전 과정을 자세하게 알고 있다.

실무협상 차원에서 얼마나 성과를 낼지는 새로운 북한 협상팀이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어느 정도 재량권을 가지느냐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 비건 대표는 실무협상의 성공을 위해 북한 협상팀이 비핵화를 포함한 모든 이슈에 대한 협상 권한을 부여받아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새 북측 실무협상 대표는 비건 특별대표와 호흡을 맞춰 ‘하노이 노딜’ 이후 중단됐던 실무협상을 재개해 북미 정상이 합의한 ‘포괄적 협상’ 원칙에 따라 비핵화 조치와 그 상응 조치에 관한 협상을 본격적으로 하게 된다. 최근 위상이 높아진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의 지휘를 받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하노이 회담 결렬의 책임을 물어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을 비롯한 통일전선부 중심의 대미 협상 라인을 외무성 위주로 재편하면서 향후 북미 협상은 ‘북한 외무성 대 미국 국무부’를 축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새 카운터파트로는 김 부위원장 대신 리용호 외무상이 맡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함께 ‘매파’로 분류되던 존 볼턴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지난달 30일 판문점 회동 당시 몽골 출장으로 불참한 데 이어 실무협상 재개 국면에서 대북 의사 결정 라인에도 배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30 북미 판문점 회동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평양 주재 미국 연락사무소 개설을 제안하며 북한의 체제 안전을 보장해주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 알려졌다.

김태경 기자 tgkim@kookje.co.kr 일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