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 세차장에서 하는 세차는 차를 사포로 문지르는 것과 같아요. 제 손으로 직접 하는 게 훨씬 낫죠.”

지난달 26일 비디토리 취재팀은 부산 수영구 한 셀프세차장으로 향했다. 세차 동호회 ‘디테일 샤인’ 취재를 위해서였다. ‘세차 동호회’ 자체가 낯설었던 탓에 무엇을 취재해야 할 지 막막했다. 오후 8시가 가까워오자 동호인 서너 명이 각자 자신의 차를 몰고 세차장으로 들어섰다. 디테일샤인 김우성 회장에게 동호회를 만들게 된 이유를 물었다. 김 회장은 “세상 모든 게 그렇듯 혼자보다는 여럿이 낫다. 세차를 함께 하면 혼자 하는 것보다 재밌고, 세차 지식 공유도 된다”며 “또 세차용품을 나눠 쓰고 빌려쓰면서 제품 지식도 쌓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동호회 회원들과 기자의 차량을 살펴봤다. 달리다 부딪친 곤충이 그대로 말라 있었고, 하단에는 운전 중 도로에서 튄 타르도 검게 자국을 남겼다. 앞 유리에도 굳은 곤충사체와 보이지 않는 유막이 많았다. 엔진룸에는 언제부터 쌓여 있는지도 모를 낙엽도 뭉쳐 있었다. 김 회장은 “관리 상태에 점수를 주자면 100점 만점에 20점”이라고 말했다. 디테일샤인은 기자의 차를 세차하며 세차 방법을 직접 보여주기로 했다. 디테일샤인은 신입 회원이 가입하면 회원 전체가 신입의 차를 세차해 주는 것이 전통이다.
세차는 차의 때를 불리는 ‘프리 워시(pre wash)’부터 시작해 휠 세척, 카 샴푸, 미트질과 헹구기, 물기 제거, 내부 세차 등 순서로 진행됐다. 김 회장은 “세차의 시작은 차를 식히는 것부터다. 세차장에 도착한 후 30분은 지나서 하는 게 좋다”며 “모든 세차는 위에서부터 밑으로 진행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기자도 설명에 따라 세차를 진행했다. 옆에서 촬영을 지켜보던 동호인들도 ‘손이 근질근질하다’며 거들었다. 세차가 끝나고 고압수로 거품을 씻어냈다. 극세사로 물기를 닦아낸 후 차량 정비에 들어갔다.

동호회원은 각기 ‘곤충 제거제’, ‘유막 제거제’, ‘ 타르 제거제’ 등의 물품을 들고와 차 곳곳의 이물질을 제거했다. 이후 앞 유리에 방수 코팅을 하고, 보닛에 광택을 내는 작업이 이어졌다. 타이어 옆면에 광택까지 마쳤다. 진공청소기로 내부 세차까지 마치자 3년 된 차량이 새 차로 다시 탄생했다. 함께 땀 흘리며 세차했던 결실을 보는 순간, 왜 세차 동호회가 생겼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동호인 이동원 씨는 “남이 내 차를 세차하는 것보다 내가 직접 하는 것이 마음이 편하다. 내가 내 차를 더 아끼고, 잘 알기 때문”이라며 “할 때는 조금 힘들지만, 목욕처럼 세차한 후 개운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