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檢 ‘제 식구 감싸기’ 근절 기대

- 옥상옥 기구·친 권력성향 우려

- 靑 “국민염원 20년 만에 이뤄”

- 유치원·데이터 3법 처리 무산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1호 공약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이 처리되면서 내년 7월 고위공직자를 ‘타깃’으로 한 수사전담기구가 출범한다.

■“검찰 무소불위 기소권 견제”

공수처는 고위공직자의 부정부패 수사라는 목적 외에 기소권을 독점해온 검찰을 견제하는 기구가 된다는 점에서 검찰 권한 분산을 골자로 한 ‘검찰개혁의 핵심’으로 평가된다. 공수처에 기소권을 부여한 것 자체가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또는 ‘무소불위 기소권’을 견제하는 장치이기 때문이다. 수사 대상 범죄는 뇌물, 배임, 범죄은닉, 위증, 친족간 특례, 무고와 고위공직자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해당 고위공직자의 범죄로 규정했다.다만 자칫 ‘옥상옥’ 기구가 될 수 있고 친(親)권력 성향을 가질 수 있다는 논란은 여전하다.

공수처 검사는 25명 이내로 한다. 수사관 규모는 40명 이내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는 법무부 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 여당 추천 2명, 야당 추천 2명 등 7명으로 구성된다. 추천위의 ‘의결 정족수’는 6명으로 정했다. 추천위가 처장 후보 2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1명을 지명한 뒤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한다.

공수처 설치법안 제24조 2항은 ‘다른 수사기관이 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고위공직자 범죄 등을 인지한 경우 그 사실을 즉시 수사처에 통보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놓고 ‘독소조항’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공수처가 모든 수사기관의 최정점에서 고위공직자 수사의 단서가 될 만한 정보를 취합해 대통령과 청와대의 뜻에 따라 선택적으로 수사할 수 있다는 게 일부 야당의 주장이다. 반면 민주당은 ‘대통령, 대통령 비서실의 공무원은 수사처의 사무에 관해 업무 보고, 자료 제출 요구, 지시, 의견제시, 협의 그 밖의 직무수행에 관여하는 일체의 행위를 해선 안 된다’는 법문이 추가돼 견제 장치가 마련돼있다는 입장이다. 

■한국당 강력 반발 vs 靑 “국민 염원”

자유한국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당은 ‘문재인 정부 범죄은폐처 -공수처’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본회의장 연단 주변을 점거, 문 의장의 의장석 진입을 차단했으나 질서유지권을 발동한 문 의장의 입장을 막지 못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무기명투표 방식이 부결되자 본회의장에서 일제히 퇴장, 우려했던 충돌은 벌어지지 않았다.

한국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우선적으로 상정된 ‘권은희 수정안’은 찬성 12대 반대 152, 기권 9표로 부결됐다. 이어 상정된 ‘윤소하 수정안’은 찬성 176대 반대 14, 기권 3표로 가결, 원안은 자동폐기됐다.  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는 본관 로텐더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공수처는 북한 보위부, 나치 게슈타포 같은 괴물이 될 것”이라며 “2019년을 하루 앞둔 오늘 언필칭 민주화운동을 했다는 사람들에 의해 악법 중 악법인 공수처법이 날치기 처리됐다. 즉각 헌법소원을 제기할 것”이라며 반발했다.

반면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내고 “공수처 설치 방안이 논의된 지 20여년이 흐르고서야 마침내 제도화에 성공했다”며 “법안에 담긴 국민의 염원,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의 이상에 비추어보면 역사적인 순간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사립유치원의 회계 투명성 강화 방안을 담은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과 ‘데이터 3법’ 등 주요 민생·경제 법안의 연내 국회 처리가 결국 불발됐다. 국회가 30일 공수처 설치법안을 비롯해 일부 안건만을 처리한 채 올해 본회의 일정을 마감했기 때문이다. 올해 내내 패스트트랙 법안을 둘러싼 여야의 극한 대치로 민생·경제 법안은 뒷전으로 밀린 셈이다.  정유선 김해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