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 기소독점권 65년만에 깨져
- 범죄인지 통보조항 檢 입지 약화
- 공수처·검경, 수사 경쟁 우려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이르면 올 7월부터 판사·검사와 고위직 경찰관에 대한 수사·기소 권한이 검찰에서 공수처로 넘어간다. 이른바 ‘무소불위 권력’의 근원이었던 검찰의 기소독점권이 65년 만에 깨지게 됐다. 지난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1호 공약인 공수처 설치법안이 처리됐다. 공수처가 설치되면 현재 검찰이 맡은 부패범죄의 상당 부분이 공수처로 넘어간다. 공수처 수사대상은 판사·검사와 경무관 이상 경찰관, 대통령과 국무총리·국회의원·대법원장·대법관·헌법재판소장·광역단체장·교육감, 대통령비서실과 금융위원회의 3급 이상 공무원 등이다. 이 중 판사·검사와 경무관 이상 경찰관은 공수처가 직접 기소와 공소 유지까지 담당한다.

지금까지 검찰이 수사했거나 수사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연루된 사법농단 사건,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이 고발당한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전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 시절 뇌물수수 사건과 여기에서 파생된 청와대 감찰 무마 의혹 같은 사건도 앞으로는 모두 공수처의 수사대상이다.

공수처 도입으로 검찰의 입지는 좁아졌다. 검찰은 공수처법 24조에 따라 이 같은 범죄를 인지하면 즉시 공수처에 통보해야 하고, 수사가 중복될 경우 공수처의 요청이 있으면 의무적으로 사건을 이첩해야 한다. 이달 초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 등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이 시행되면 검찰의 입지는 더 좁아진다. 개정안은 검찰 수사 범위를 부패 범죄, 경제 범죄, 공직자 범죄, 선거 범죄, 방위사업 범죄, 대형참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 경찰공무원 범죄 등으로 제한한다.

법조계가 예상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공수처와 검·경이 상대방의 직권남용·직무유기 또는 피의사실 공표를 수사하며 소모적인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다.

공수처의 부패수사 권한이 막강한 탓에 후속 법안 마련과 공수처장 임명 등 설립 준비 과정에서 정파 간 다툼이 치열해질 것이라는 법조계·정계의 예측도 있다.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는 공수처법 통과를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부산참여연대 양미숙 사무처장은 “공수처 도입으로 검찰 권력을 통제하는 브레이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31일 윤석열 검찰총장은 공수처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뒤 처음으로 공식 발언을 내놓았다. 그는 이날 신년사를 통해 “형사 사법 관련 법률의 제·개정으로 앞으로 형사 절차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정민 김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