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재건축을 위해 360년 이상 된 보호수를 지정해제하거나 다른 장소로 옮겨 심을 것을 요청한 행정심판 청구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결정이 나왔다. 애초 재건축 사업 승인을 받을 때 보호수를 현 위치에서 유지하기로 했고, 보호수 때문에 지하공간 사용이 제한된다는 주장이 보호수 이식의 이유로 보기 어렵다는 등의 판단에서다.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이하 중앙행심위)는 29일 재산권을 침해를 이유로 ‘보호수 지정해제 혹은 다른 장소로 이식’을 주장하는 재건축 조합의 요구를 서울시가 거부한 것이 위법하지 않다고 결정했다.

　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단지 내 360년 이상 된 보호수가 아파트 지하 공간 사용을 어렵게 해 재산권 침해 우려가 있고 재건축 사업으로 생육이 불량해 고사할 가능성이 있다”며 서울시에 ‘보호수 지정 해제 및 이식’을 요청했는데, 서울시는 현재 장소에서 보호수를 안전하게 관리할 의무가 있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이에 재건축 조합은 서울시의 거부 처분이 위법하다며 중앙행심위에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중앙행심위는 “재건축 조합은 보호수를 현재 위치에서 유지·활용하는 계획안으로 사업을 승인받았고 보호수의 일부가 손실돼 지지대에 의존하고 외관이 흉물스럽다는 이유로 보호수의 지정 목적이 소멸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노령목인 보호수를 이전하면 생육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문가의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서울시의 처분이 위법하지 않고 보호수를 해제·이식할 의무가 없다고 결정했다.

　중앙행심위 김명섭 행정심판국장은 “개발과 보호는 서로 공존하는 가치이므로 이번 결정을 통해 360여 년의 역사를 지닌 보호수가 아파트 재건축 사업 과정에서 손상되지 않고 지정 목적대로 현재 장소에서 안전하게 유지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중앙행심위는 2018년부터 신속하고 공정한 사건 해결을 위한 조정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행정심판에 국선대리인 제도가 도입돼 행정심판 청구인이 경제적 능력으로 대리인을 선임할 수 없는 경우 중앙행심위에 국선대리인 선임을 신청할 수 있다.김태경 기자 tg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