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유 감산 둘러싼 美와 갈등도 원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질적인 통치자로 평가받는 무함마드 빈 살만(사진) 왕세자가 다음 달 우리나라 방문을 추진했다가 계획을 접은 것으로 17일 알려졌다. 석유 감산 문제를 둘러싼 미국과의 갈등, 우리나라와의 2030엑스포 유치 경쟁 등 국제 관계와 맞물려 다양한 관측이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언론에 “무함마드 왕세자가 연내 한국을 방문하는 것은 힘들어진 것으로 본다”며 “다만 긴밀한 협의 속에 방문 시기를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국제사회에서 ‘미스터 에브리싱(Mr. Everything)’이라 불리는 빈 살만 왕세자는 지난달 국가 공식 수반인 총리에 임명되는 등 국왕을 대신하는 사우디의 실질적인 통치자로 군림하고 있다.

정부는 다음 달 빈 살만 왕세자의 아시아 순방과 연계해 한국과 사우디 간 정상회담 개최를 추진했었다. 사우디는 중동에서 한국의 최대 교역국인데 수교 60주년을 맞아 협력 분야를 에너지, 건설·플랜트를 넘어 수소, 원전·방산 등으로 확대할 좋은 기회로 봤기 때문이다.

특히 사우디가 빈 살만 왕세자 주도로 공식 사업비만 5000억 달러(약 721조 원)에 달하는 미래형 신도시 ‘네옴시티’ 사업을 벌이고 있어 건설사 등 국내 기업들의 ‘사우디 특수’에 대한 기대가 컸다.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이 무산된 배경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미국과 감정의 골이 깊어진 것이 원인이지 않으냐는 관측이 나온다. 바이든 미 행정부는 사우디가 최근 발표한 석유 감산 합의에 대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경고하며 외교 관계 재검토에 들어간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의 관계를 더욱 강화하는 한국을 방문하는 데 부담이 따랐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사우디 수도인 리야드와 부산이 ‘2030세계박람회’ 유치를 놓고 경쟁하는 상황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우디는 부산보다 1년 먼저 유치 활동에 돌입했지만, 최근 부산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다음 달 중순께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회의 등 다자회의를 계기로 빈 살만 왕세자가 윤석열 대통령과 양자 회동을 할 가능성은 남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여러 가능성을 열어 놓고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