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기본소득당은 9일 ‘이태원 압사 참사’의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9일 국회에 제출했다. 국정조사 요구서는 “참사의 근본적 배경으로는 대통령실 용산 이전에 따른 경호·경비인력 과다 소요, 당일 마약범죄 단속 계획에 따른 질서유지 업무 소홀 등이 지적된다”며 “참사 원인과 전후 대처 등 사고 전반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책임 소재를 명확히 규명하고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적시됐다.

더불어민주당 위성곤(가운데) 원내수석부대표, 정의당 장혜영(오른쪽) 원내수석부대표,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9일 오후 ‘이태원 참사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 의안과에 제출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와 관련,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저희는 국정조사 요구에 응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도 페이스북에 “정쟁의 단초가 될 수 있다”며 국정조사 반대 의사를 밝혔다. 대통령실도 ‘국정조사 요구서를 보면 대통령실도 조사 범위에 포함돼 있다’는 질문을 받은 뒤 “이 슬픔은 정치에 활용돼서는 안 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에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국회가 민심에 눈 감고 주어진 책무를 다하지 않는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쏘아 붙였다. 현행 재적의원 4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을 때는 국정조사가 가능함에 따라 사실상 민주당 단독으로 10일 본회의에 상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이태원 참사를 수사하는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이날 압사가 발생한 골목에 인접한 해밀톤 호텔을 압수수색했다. 특수본은 또 용산구청과의 유착관계 파악에도 나섰다.

특수본은 해밀톤 호텔과 대표이사 A 씨의 주거지 등 3곳에 수사관 14명을 보내 호텔 운영과 인허가 관련 자료의 확보에 나섰다. 이와 함께 해밀톤 호텔 본관 2층 북쪽 등 호텔 주변에 불법 구조물을 세우고 도로를 허가 없이 점용한 혐의(건축법·도로법 위반)로 A 씨를 입건하고 강제수사에 들어갔다. 압사 사고가 발생한 골목길과 맞닿은 본관 서쪽에는 에어컨 실외기를 가리는 철제 가벽이 10 여년 전 설치됐다. 일부 언론을 중심으로 이 가벽 탓에 골목길이 더 좁아져 인명피해가 커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해밀톤 호텔은 불법 구조물을 철거하라는 용산구의 통보에도 2014년 이후 5억 원이 넘는 이행강제금만 내며 철거를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본은 확보한 압수물과 현장 감식 결과 등을 토대로 해밀톤 호텔의 불법 증축 건축물과 인명피해의 연관성을 확인할 계획이다. 특수본은 용산구로도 수사를 확대 중이다. 용산구가 이 호텔의 불법 구조물을 방치해 인명 피해를 키웠다는 의혹을 조사 중이다. 두 차례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자료 분석을 통해 구체적인 혐의가 포착되는 대로 담당 직원들을 소환해 용산구청의 책임 유무, 호텔과 유착 관계 등까지 파악할 것으로 보인다.

특수본은 전날 윤 청장과 김 청장의 집무실 등을 압수수색 해 휴대전화와 자료 등을 확보했다. 특수본은 일단 윤 청장과 김 청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한 뒤 입건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여기에 특수본은 용산경찰서 정보과장 등이 참사 사흘 전 작성된 핼러윈 축제 안전 대책 관련 보고서를 삭제하고 이 과정에서 직원들을 회유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보고서 사본을 확보해 추가로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