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0일 선전 매체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회담을 대일 굴욕 행위로 정의하고 ‘아시아판 나토’의 형성 발판을 마련할 기회가 됐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지난달 윤 대통령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회담을 두고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까지 나서서 원색적 비난을 쏟아 부었던 것 보다는 비판 수위가 낮았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의 대남 선전 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논평에서 한국의 “대미 추종과 대일 굴욕 행위로 미국이 그처럼 바라던 한일의 군사적 결탁 관계가 무모한 실천 단계에 들어서게 됐다”고 주장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와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한미 간 확장억제 합의인 ‘워싱턴선언’에 일본 참여를 배제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매체는 “더욱 엄중한 것은 (중략) 미국의 ‘확장억제력’ 실행강화에 일본도 참여할 수 있다고 떠들어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사대굴종 행위가 (일본에는) 침략과 약탈의 과거사를 덮어버리고 독도 강탈과 핵오염수 방류 책동을 더욱 노골화하며 조선반도 재침 흉계를 실천에 옮길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미국에는) 한미일 3각 군사동맹에 기초한 아시아판 나토 형성의 발판을 마련하는 기회가 됐다”고 비난했다.

이 같은 비판은 우리 정부의 친 일본 입장이 나올 때마다 북한이 반복적으로 해온 주장과 비슷한 맥락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달라진 게 있다면, 최근 한일간 첨예한 사안으로 떠오른 핵 오염수 방류 대책 부분이 거론된 것이다.

2018년 5월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남측 인사를 맞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지난달 29일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회담한 이후에 북한의 김여정 부부장까지 나서서 “(워싱턴 선언은)가장 적대적이고 침략적인 행동 의지가 반영된 극악한 대조선(대북) 적대시 정책의 집약화된 산물”이라고 비난했던 것보다 이번 회담 이후 북의 반응이 한결 차분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이 핵 공격을 감행하면 “정권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를 두고 김 부부장은 “적국 통수권자가 전 세계가 지켜보는 속에서 ‘정권 종말’이라는 표현을 공공연히 직접 사용했다”며 “미국의 안전과 앞날에 대해서는 전혀 책임적일 수가 없고 자기 앞의 남은 임기 2년만 감당해내자고 해도 부담스러울 미래가 없는 늙은이의 망언이라고도 할 수는 있겠다”고 말했다. 김 부부장은 이어 “너무도 무책임하게 용감했다”며 “가장 적대적인 미국이라는 적국의 대통령이 직접 쓴 표현이라는 사실, 이는 우리가 쉽게 넘겨줄 수 없는 너무나도 엄청난 후폭풍을 각오해야 하는 수사학적 위협”이라고 분개했다.

김 부부장은 윤 대통령을 향해서는 “미국으로부터 빈껍데기 선언을 ‘배려’받고도 감지덕지해하는 그 못난 인간”이라며 “윤석열이 자기의 무능으로 안보를 도마위에 올려놓고 무슨 배짱을 부리며 어디까지 가는가 두고볼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미국과 남조선의 망상은 앞으로 더욱 강력한 힘의 실체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