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점검토 시간 허비 불가피
- 무산된 정책 재추진 부담도
- 與 “부산 아닌 당 위한 행위”

더불어민주당이 ‘집권플랜본부’를 통해 조기대선 준비에 본격 돌입한 가운데 부산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을 대체할 카드로 ‘부울경 메가시티(가칭)’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메가시티든, 글로벌허브법이든 금융 물류 교육 등 각 분야의 규제를 없앤다는 본질에서는 다를 바 없다는 인식 아래 대선 공약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정책금융으로 산업은행 부산 이전과 동일한 효과를 내겠다는 당의 기조와 궤를 같이 한다. 다만 민주당이 조기 대선에서 부산 민심을 공략하기 위해 당장 처리할 수 있는 글로벌허브법을 미룬다는 비판 여론이 비등할 것으로 보인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27일 국회 계단 앞에서 부산글로벌특별법 처리 촉구를 위한 부산시, 부산 국회의원, 시민단체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국민의힘 김미애 정성국 김희정 조승환 박성훈 정동만 김도읍 국회의원, 박 시장, 국민의힘 박수영 이성권 백종헌 서지영 곽규택 주진우 국회의원. 김정록 기자

27일 국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지역별 대선 공약을 점검 중인 민주당은 부산 울산 경남을 대상으로 한 ‘메가시티 재추진’ 공약을 검토한다. 민주당 관계자는 국제신문 취재진에 “글로벌허브법의 핵심은 정부 부처 규제를 해소하는 것이다. 부울경 메가시티가 되면 규제 문제는 자동으로 해소되기 때문에 부울경 메가시티를 검토하는 것으로 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형식만 다를 뿐, 실질적인 효과는 메가시티나 글로벌허브법이 동일하다’는 당의 인식이 묻어난다.

문제는 부울경 메가시티는 대선 공약 및 새 정부의 국정과제로 채택되는 과정에서 또다시 시간이 허비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특히 부울경 메가시티는 문재인 전 대통령 시절인 2022년 4월 19일 특별지자체로 승인받았고, 윤석열 정부 ‘120대 국정과제’에도 포함됐으나 박완수 경남도지사가 추진에 반기를 들면서 무산됐다. 민주당이 정권을 잡고 추진하더라도 이 같은 전철을 밟을 우려가 상존해 메가시티가 성사되기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글로벌허브특별법의 심의는커녕 입법공청회도 열지 않고 있다. 부산의 여야 국회의원 18명 전원이 정부 부처 협의까지 거쳐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인데도 첫 단계인 상임위 법안소위조차 통과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국민의힘 부산 의원들이 입법에 필요한 공청회 일정이라도 잡자고 제안했으나, 민주당 소속 상임위원장과 간사(윤건영 의원)는 묵묵부답이다. 국민의힘 이성권(부산 사하갑) 의원은 “조기대선을 대비한 생색내기용으로 유사한 법안을 준비 중이라는 의구심이 든다”며 “민주당이 대선공약으로 글로벌허브법과 유사한 것을 낸다면 그야말로 부산을 위한 정책이 아닌 당리당략적 행위”라고 질타했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대표가 다음 달 6일 부산을 방문하면서 박형준 시장과 만나 북극항로 개척과 글로벌허브법 논의를 할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이 대표와 박 시장의 독대는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