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성락 “정상회담 목표로 협의”
- 기재부 진공상태 속 대응 우려도

한미 간 무역 합의의 최대 쟁점인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선불’이라고 압박한 것과 관련, 대통령실은 “3500억 달러를 현금으로 낼 수는 없다”고 분명히 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27일 채널A에 출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미 투자금 3500억 달러는 ‘선불’이라고 언급한 것을 놓고 “협상 전술에 따른 것이 아니라 객관적이고 현실적으로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범위”라고 말했다. 이어 “그건 여야를 떠나서 누구라도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대안을 갖고 얘기하려 하고, 대안을 협의하고 있다”면서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계기로 한미 정상회담을 (여는 것을) 목표로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중국 동영상 플랫폼 틱톡 합의와 관련한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관세와 무역합의 덕분에 한 사례(유럽연합 추정)에서는 9500억 달러를 확보하게 됐는데, 이전에는 전혀 지불하지 않던 금액”이라며 “아시다시피 일본에서는 5500억 달러, 한국에서는 3500억 달러를 받는다. 이것은 선불(up front)”이라고 말했다. 선불 발언은 그것이 한국에 대한 관세 인하의 전제조건임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친이재명계 모임인 더민주혁신회의는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도 정도가 있다”며 “미국이 안보 동맹국이자 경제동맹국인 한국을 마치 자신들의 속국이라고 착각하는 듯하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트럼프 정부의 일방적인 현금 대미투자 요구를 수용한다면 대한민국도 (40년 전 일본과 같이) 잃어버린 30년의 문을 열게 될 것”이라며 ‘한국판 플라자 합의’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28일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에 3500억 달러 규모 투자를 놓고 실제 협의가 있었는지부터 밝히라고 압박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이 예고된 다음 달 APEC 정상회담까지의 시기가 한미 관세협의 후속 협상의 중대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다만 이재명 정부의 조직개편으로 그동안 기획재정부가 ‘경제 컨트롤타워’로서 전담해 온 범부처 정책총괄 기능이 사실상 진공 상태에 놓이게 되면서 관세 문제와 관련한 정부의 대응 체계도 힘을 잃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