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공급을 위축시킨다는 이유 등으로 폐지 논란이 일고 있는 분양가 상한제가 부산에서는 상당한 순기능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동의대학교 부동산ㆍ도시재생연구소는 21일 '부산지역 아파트시장에서 분양가상한제의 효과와 향후 전망'이란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7년 도입된 분양가상한제가 부산지역에서는 서민들에게 내집 마련의 기회를 주고, 주택공급을 위축시킨다는 일각의 주장과는 달리 오히려 주택경기 활성화에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분양가상한제는 아파트 분양가를 국토해양부장관이 정하는 기본형건축비 등으로산정하는 제도로, 집값 안정화 조치의 하나로 2007년 9월 도입됐다.

연구소는 이 보고서에서 분양가상한제 시행 이후 부산지역 신규아파트 중 90%가주변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분양되면서 가격경쟁력이 높아지면서 분양 성공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최근 분양가상한제의 적용을 받고 분양 중인 부산 서면의 A아파트의 경우 분양가상한제 시행 이전의 인근 아파트와 비교해 3.3㎡당 최소 32만원에서 최대 348만원낮게 공급됐다.

부산 강서구 명지동 B아파트의 분양가도 분양가상한제가 미적용된 인근 아파트와 비교해 3.3㎡당 48만∼51만원 낮게 책정됐다.

지난해 5월 분양을 끝낸 동구 초량동 C아파트, 금정구 장전동 D아파트는 분양가상한제 시행 이전에 들어선 아파트보다 3.3㎡당 각각 241만원, 356만원 싸게 공급되면서 분양률 100%를 달성했다.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은 아파트가 주변시세보다 싼 가격에 공급되면서 분양시장 또한 탄력을 받아 건설경기 활성화에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부산지역은 2002∼2004년 초과 공급된 분양 물량 때문에 2005년 이후 주택경기가 위축됐지만 2009년 이후 분양가상한제로 인해 경쟁력 있는 물량이 공급되면서 실수요자 중심으로 주택경기 활성화를 이끌어냈다는 설명이다.

분양가상한제로 인한 이 같은 주택경기 상승세는 올해 최대 3만8천가구 분양 물량이 늘어나게 되는 기초가 됐다고 평가했다.

특히 무주택서민들의 내 집 마련에 큰 도움을 준 것으로 분석됐다.

부산에서 2011년 상반기에 공급된 아파트 1만4천여 가구(18개단지) 가운데 75%인 1만500가구가 무주택 서민들에게 우선 공급돼 무주택서민들의 내집 마련의 폭을 넓힌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소는 또 분양가상한제 이후 주택 품질이 떨어질 것으로 우려됐으나 기본형건축비는 최근의 품질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반영돼 품질이 크게 떨어지는 현상은일어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서울ㆍ수도권과 달리 부산의 경우 분양가상한제 때문에 주택공급이 위축되지 않은 만큼 최근 논의되고 있는 분양가상한제 폐지는 지역특성을 고려해 선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강정규 교수는 "분양가상한제에 따른 공급위축 문제는 해당지역 주택시장 경기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며 "부산의 사례로 보듯이 분양가상한제를 유지하면서도 아파트 공급을 늘리고 서민들의 내집 마련에 기여할 수 있는 만큼 폐지 논의는 선별적이고 차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분양가상한제가 주택의 품질저하, 재개발, 재건축사업 활성화에 지장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며 "이는 제도를 부분적으로 보완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