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구 아르피나 호텔 앞에서 부산관광공사 현판 제막식이 열린 가운데 참가내빈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이진우 인턴기자

부산관광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부산관광공사가 잇단 사장 중도 사퇴에다 대대적인 조직 개편까지 예고돼 존폐의 기로에 섰다. 지난 19일 부산관광공사 김수병 사장의 전격 퇴진(본지 지난 20일 자 5면 보도)으로 수장 2명이 재직 1년도 안 돼 자리를 떠났다. 여기에다 폐지까지 포함한 조직 개편을 앞두고 관광공사는 출범 2년 만에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부산시는 내년 초까지 관광공사 조직 개편을 단행키로 하고 ▷주식회사형 공기업 전환 ▷벡스코와의 통합 ▷스포원과의 통합 ▷폐지 등 4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21일 밝혔다. 중국 관광객 급증 등 부산의 신성장동력으로 떠오른 부산 관광산업의 컨트롤타워 역할 수행을 위해 출범한 관광공사가 수장 교체와 조직 내 인사잡음 등 난맥상으로 존폐 위기에 놓인 것이다.

관광공사는 지난해 1월 출범 때부터 충분한 준비와 자립기반 없이 졸속으로 세상에 나왔다. 현재의 관광공사 파행 사태는 이미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역의 한 관광전문가는 "캐시 카우(고정적인 수익원)가 없는 상황에서 전문마케팅 조직으로 안착하기를 바라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 제대로 된 전문인력도 없고 턱없이 적은 예산으로 성과가 나올 리 만무하다"고 지적했다.

공사 관할의 시티투어와 아르피나는 구조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없는 사업이어서 시가 매년 지원하는 출자금 70억 원은 대부분 인건비와 마케팅 사업비로 소진됐다. 출범 첫해 자본잠식과 적자 경영은 불을 보듯 뻔했다.

부산시도 관광공사 파행 사태에 자유로울 수 없다. 현재 관광공사에는 중간 관리자가 없다. 마이스(MICE)팀장이 공석이고, 마케팅팀장도 비전문가가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조직의 내홍으로 엄경섭 초대 사장이 불명예 퇴임한 이후 한국관광공사가 파견한 마케팅 전문가도 지난 1월 철수했다. 시는 이 같은 파행사태를 1년 가까이 방치했다.

잇단 사장 퇴진과 조직의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직원들도 일손을 놓고 있다. 관광공사 한 관계자는 "내년에는 정말 힘을 내보자는 분위기였는데…"라며 "이번 사태로 일부 역량 있는 직원의 이탈사태마저 우려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관광공사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한 요건으로 자립 기반 마련과 전문인력 수혈을 꼽는다. 동서대 강해상(관광학부) 교수는 "독자적인 마케팅 사업을 할 수 있는 인력과 예산이 절실하다. 차기 사장은 반드시 관광전문가가 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공사 관계자는 "최소한 500억 원 이상의 자본금이나 현물 출자가 이뤄져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관광공사가 본연의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