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 2008년 금융위기부터 지난해까지 매매·전세가가 동시에 상승했지만 서민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공급은 부족했다. 사진은 부산도시공사가 지난해 2월 착공한 기장군 정관면 공공임대아파트 공사장.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 최근 5년 부산 공급 물량
- 1만5723가구로 인천의 절반

- 사업 주체는 LH나 지자체
- 서울 공급 51%는 市 작품
- 부산시는 10% 불과해
- 주거복지 의지 너무 달라

도시재생 활동가 정모(33) 씨는 요즘 고민이 많다. 새해 두 살이 된 아이 때문이다. 자신이 사는 부산 해운대구 반여동 주택은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 20만 원으로 저렴하다. 문제는 주거 환경. "집값이 싼 곳으로 이사 왔더니 도서관이나 보건소가 너무 멀어요. 동네에 젊은이들이 적은 탓인지 보육·교육환경도 좋지 않습니다." 경남 양산으로 이사하려는 그는 "부산시는 신도시 개발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노후된 마을의 환경 개선부터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6·4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던 지난해 5월. 무소속 오거돈 부산시장 후보는 공공임대주택과 공동기숙사 건립에 1조8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공약했다. 새누리당 서병수 후보는 당시 "부산도시공사의 부채를 감안할 때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취임 6개월을 맞은 서 시장은 아직 '실현 가능한' 공급 계획을 내놓지 않았다. 부산시가 손을 놓은 사이 서울시는 2018년까지 3년간 8만 가구의 공공임대주택을 추가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주거복지 손 놓은 부산시

지난 2일 부산 기장군 정관택지개발지구 A-30블록. 부산도시공사가 시행하는 830가구 규모의 임대아파트 공사가 한창이었다. 현재 공정률은 29%대. 투자비를 빨리 회수하기 위해 2016년 완공하면 5년 임대를 거쳐 분양할 예정이다. 부산도시공사가 2018년까지 공급할 임대아파트는 이곳과 행복주택 2곳(1126가구)뿐이다. 과거 10년 동안 건설한 임대아파트도 2013년 입주한 서구 남부민폴리페 국민임대(782가구)가 유일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최근 5년(2009~2013년)간 부산에 공급된 공공임대주택은 총 1만5723가구로 서울(7만5042가구)의 20% 수준. 부산보다 인구가 적은 인천(3만3496가구)과 비교해도 47%에 그친다. 부산보다 공급량이 적은 광역시는 대전과 울산 정도다.

영산대 서정렬(부동산금융학과) 교수는 "공공임대주택 공급 주체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자치단체"라면서 "부산시와 부산도시공사는 최근 10년간 투자를 거의 하지 않았다. 수레의 한쪽 바퀴가 멈춘 사이 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계층의 전·월세 구하기는 더 힘겨워졌다"고 진단했다.

서 교수의 지적은 통계에서도 잘 드러난다. 부산 전체 공공임대주택 재고 가운데 64%를 LH가 공급했다. 2013년에는 LH 공급 비율이 90%(4195가구 중 3776가구)까지 뛰어올랐다. 반면 LH와 서울시의 공급 비율은 49% 대 51%로 서울시가 오히려 높았다.

손병영 부산도시공사 건축팀장은 "그동안 부산의 최대 과제는 산업단지 확보였다. 부산도시공사 재정이 대부분 여기에 투입되면서 임대주택 공급이 정책 후순위로 밀려났다"고 인정했다.

■서울시, 임대주택에 2조 투입

미래도 희망적이지 않다. 지난해 부산에 공급된 공공임대주택은 ▷LH의 10년 공공임대아파트 1368가구 ▷LH의 매입·전세임대주택 1640가구 ▷부산도시공사 매입·전세임대 318가구를 합쳐 3300여 가구이다. 올해 공급 규모도 지난해와 비슷할 전망이다.

부산과 달리 서울은 전세난을 잡기 위해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한다.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건설형·매입형·임차형 공공임대주택 6만 가구와 서울형 민간임대주택 2만 가구를 2018년까지 추가 공급한다는 장기 계획을 발표했다. 연간 공공택지에 새로 짓는 건설형 임대주택만 1만6969가구이다.

입주자 특성에 맞는 상품도 눈길을 끈다. 1·3세대 융합형 방공유(룸셰어링)는 임대수입이 필요한 노인과 대학생이 한집에 사는 것이다. 사회적기업에 공공 소유의 토지를 임대해 주택을 짓게 하는 토지임대부 주택도 추진한다. 진희선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은 "사회적기업·시민단체·민간 임대사업자가 함께 추진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사업비 7조 원 중 서울시 예산은 2조 원 정도이다. 부산시는 공공임대주택 건설에 필요한 재원을 부산도시공사에 지원하지 않는다.

부산경실련 배성훈 주거복지팀장은 "서울시가 돈이 남아돌아서 공공임대주택에 투자를 하겠는가. 부산에 산다는 이유로 빈곤층이 주거 불안을 더 느끼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