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로또명당'으로 소문난 부산 동구 범일동 한 로또복권 판매점에 복권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 불황에 로또 판매수입↑
- 작년 3조996억 원으로
- 2013년보다 4% 늘어
- 10년 만에 '광풍' 조짐

30일 오후 부산 동구 범일동 천하명당 로또 판매점 앞. 오후 2시께부터 판매점 앞에 긴 행렬이 생겼다. 이곳에서 만난 자영업자 이영철(58) 씨는 로또복권이 표방하는 '나눔'을 신봉하는 사람이다. 2002년 12월 로또가 첫 발행될 때부터 당첨이 되지 않더라도 내가 투자한 돈이 다른 사람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으로 흔쾌히 지갑을 열어 매주 5000원어치(슬롯당 1000원)를 구입했다. 이 씨 역시 처음에는 남들처럼 '일확천금'의 꿈을 가졌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거창한 희망 대신 행운의 여신이 손짓을 해준다면 노후생활이 좀 편안해지지 않을까 하는 소박한 바람을 갖고 있다.

복권 당첨여부를 확인하는 순간. 요즘은 QR코드로 1초 만에 당첨여부를 알 수 있지만 로또 마니아들은 '조이는 즐거움'을 앗아가는 이 방식을 싫어한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회사원 김병길(42·연제구 거제동) 씨는 일명 '로또 투자자'다. 그는 '로또 광풍'이 불던 2003년 한 경찰관이 400여억 원의 '대박 신화'를 쓴 이후 10년이 넘게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매주 1만 원씩 구입을 한다. 그는 로또 구입이 '요행'이 아니라 '투자'라는 철학을 갖고 있다. 윤 씨는 "로또를 살 때마다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한다. 당첨이 되면 말 그대로 인생 역전이 가능하다. 자질구레한 일상에서 벗어나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것, 특히 샐러리맨을 청산하는 상상만 해도 짜릿하다"고 말했다. 12년째 매주 로또를 구입하는 윤 씨는 "나에게 로또 1등 당첨확률은 50%다. 당첨과 미당첨이 있을 뿐 전문가들이 말하는 814만 분의 1이라는 당첨확률은 숫자에 불과하다"고 털어놨다.

대학 교직원인 박민홍(51·부산진구 양정동) 씨는 자칭 '로또 연구가'다. 각종 로또 연구 사이트를 섭렵하며 나름의 이론을 바탕으로 10년 넘게 복권을 사왔다. 치밀한 연구에도 불구하고 3등(당첨금 160만 원)이 최고 '성적'이었다. 하지만 그는 당당하다. 박 씨는 "많은 이가 당첨이 운이라고 말하지만 과학적인 분석법이 대박을 가져다줄 것으로 믿는다. 자주 나오는 숫자와 일정 패턴이 분명히 있다. 로또는 확률의 예술"이라고 언급했다.

경기가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정부가 로또를 판매해 얻은 수입이 10년 만에 3조 원대를 다시 넘어섰다.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로또 판매수입은 3조996억 원이었다. 이 수치는 2013년의 2조9798억 원보다 4.0%가 늘어난 것이다. 로또 판매 수입이 3조 원대에 진입한 것은 '로또 광풍'이 불었던 2003년(3조8031억 원)과 2004년(3조2803억 원) 이후 10년 만이다. 2005년 2조7520억 원으로 떨어진 후 로또 판매수입은 2013년까지 계속 2조 원대에 머물렀다. 2007년에는 2조2677억 원까지 수입이 하락했다.

로또 판매액이 다시 치솟는 현상을 두고 국민들의 사행심이 재차 도진 것이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경제가 얼마나 어려웠으면 서민들이 복권에 다시 희망을 걸겠느냐는 안타까운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로또복권 재열풍 조짐이 꼭 서민들이 몰렸기 때문은 아니라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2013년 복권위가 구매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44.1%가 월평균 가구소득 400만 원 이상의 고소득자였다. 즉 서민은 서민대로, 고소득자는 고소득자대로 목돈 마련을 위해, '1주일의 설렘'을 좇아, 팍팍한 일상의 탈출구를 찾아 로또 구입대열에 뛰어들고 있다.

현재까지 로또복권 1등 당첨금 최고액은 407억2295만 원이다. 요즘은 1등 당첨금 액수가 초창기에 비해 크게 줄어들어 10억 원대 안팎에 머물고 있다. 로또 판매수입 증가와 관련, 복권위 관계자는 "경제불황과 로또복권 구매의 연관성을 명확하게 규명할 수는 없지만 어려운 살림살이가 일정 부분 작용한 것은 사실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