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수빅만 경제자유구역 내 300만㎡ 규모로 들어선 한진중공업 수빅조선소가 지난달 중순 100번째 선박 건조에 들어갔다. 사진은 수빅조선소 전경. 한진중공업 제공

- 초대형 골리앗 크레인 2기 압도
- 세계 5대 2만 TEU급 건조 시설
- 필리핀 세계 4위 조선강국 견인
- 불황에도 2018년까지 일감 확보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북서쪽으로 110㎞에 위치한 수빅만 경제자유구역(SBMA) 내 한진중공업 수빅조선소.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마닐라에서 버스로 3시간 넘게 달려 조선소에 도착하자 길이 550m, 폭 135m, 깊이 13.5m의 초대형 도크와 총길이 4㎞에 이르는 10개의 안벽(선박이 안전하게 접안하도록 벽면을 가진 선박계류 시설), 1기당 600t을 들어올릴 수 있는 초대형 골리앗 크레인 2기가 눈에 들어왔다. 크레인 아래에선 거대한 도크 위에서 10층 높이(25m)의 선박들이 조립되고 있었다.

축구장 7개를 합친 규모의 6번 도크에서는 1만1000TEU(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2척, 9000TEU 1척, 300K VLCC 1척 등 총 4척의 배가 동시에 건조되고 있었다.

■수빅조선소 11월 100척 건조 돌파

수빅조선소는 한진중공업이 2009년 필리핀 수빅만에 완공한 300만㎡ 규모의 필리핀 최대 조선소다. 미군 부지였던 이곳은 안벽 수심이 10m가 넘고 만 입구의 섬들이 태평양의 거센 파도를 막아줘 조선소가 들어서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수빅조선소는 지난달 중순 100번째 건조 선박인 그리스 코스타마레사의 1만1000TEU급 초대형 컨테이선 기공식을 가졌다. 국내 조선소의 해외현지법인 중 신조선 분야에서 100척 건조 실적은 수빅조선소가 처음이다.

수빅조선소는 조선소가 다 만들어지기도 전인 2006년 2월 4300TEU급 컨테이너선을 수주했다. 2009년 조선소 완공 이후로는 6600TEU급의 중형 컨테이너선과 11만t급 원유운반선, 18만t급 벌크선 등을 건조해왔다. 현재까지 수빅조선소 누적 매출은 52억달러(6조250억 원)다. 지난해 수주 100척을 달성했고 올해는 컨테이너선 59척, 탱크선 6척, 벌크선 27척, LPG선 8척 등 건조 척수 100척을 돌파했다.

수빅조선소 심정섭 대표는 "2018년까지 일감이 이미 차 있지만 3년 단위로 조선업 수주가 진행되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부터 수주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초대형 컨선으로 승부수

수빅조선소는 수빅경제자유구역 최대 수출기업으로서의 입지가 확고하다. 철저한 현지화를 통한 성공적인 해외 기업 유치 사례로도 평가받고 있다. 또한 제조업이 전무했던 필리핀이 세계 4위의 조선국으로 올라서는 데도 수빅조선소의 역할이 컸다. 클락슨 리서치는 "수빅조선소가 필리핀의 전체 수주량(CGT 기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7%에 달한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 4월에는 2만 600TEU급 극초대형 컨테이너선 3척과 1만1000TEU급 컨테이너선 6척을 수주하며 수주량 51만CGT를 기록, 필리핀이 월간 수주량에서 세계 1위에 오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수빅조선소는 지난 4월 프랑스 최대 해운사인 CMA CGM으로부터 세계 최대급인 2만600TEU급 컨테이너 운반선 3척을 수주했다. 2만TEU급 선박은 배 한척에 길이 20피트(6m)짜리 컨테이너 2만개를 적재할 수 있는 크기다. 현재 2만TEU급 컨테이너선을 수주했거나 건조 중인 조선소는 전 세계에서 삼성중공업, 일본 이마바리조선,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4곳에 불과하다.

경기가 안 좋았던 지난해에는 적자를 냈지만, 2012년과 2013년에는 연 매출 1조 원, 영업이익 400억 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매출 1조1500억 원, 영업이익 250억 원을 예상하고 있다.


# 수빅조선소 심정섭 대표

- 영도·수빅 투트랙 전략으로 글로벌 경쟁력 확보 자신감

"한진중공업은 수빅조선소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조선부문 핵심 사업장으로 육성하고 부산 영도조선소는 상선과 특수목적선에 집중하는 '투 트랙' 전략으로 세계적 조선사로 나아갈 것이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수빅조선소에서 만난 심정섭 대표는 부산 영도와 수빅의 투 트랙 정책을 강조했다. 수빅조선소와 부산의 R&D센터, 영도조선소를 연계 운영해 초대형 컨테이너선 및 LNG선(액화천연가스운반선)을 건조하고 VLCC(초대형유조선), FPSO(부유식원유생산저장장치), 해양플랜트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라는 설명이다.

심 대표는 "한진중공업이 영도조선소를 없애고 수빅으로 옮긴다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불가능한 말이다"면서 "설계 인력이 부산에 있고 조선기자재 부품을 부산에서 공급받는 만큼 영도조선소가 없이는 수빅조선소를 지탱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매월 세 차례씩 부산 감천항에서 조선기자재 부품을 실은 자사선 2척이 수빅만으로 들어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숫자로 본 한진중공업 수빅조선소

100척- 신조선 건조 실적

52억달러- 누적매출

87%- 필리핀 수주 비중

1조1500 억원- 올해 매출목표


수빅=임은정 기자 iej0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