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금리 매력인 모바일 상품은
- '예금 큰손' 노령층엔 그림의 떡

"워낙 금리가 낮아 어떤 상품을 개발하냐보다는 어떤 명분으로 단 0.1%라도 금리를 더 줄 수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한 시중은행 마케팅부 직원의 말이다. 연 1% 중반의 저금리 상태가 1년 이상 지속하면서 예·적금 상품을 만드는 은행 마케팅 부서 직원의 한숨 소리가 커지고 있다. 각종 직업과 다양한 트렌드를 분석해 맞춤형 상품을 개발해도 판매율이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6년 3월 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를 보면 지난달 예금은행의 저축성 수신금리는 연 1.56%(이하 신규취급액 기준)로 지난 2월보다 0.02%포인트 떨어졌다.

이런 저금리 추세로 지난해 말 기준 시중은행 정기예금 잔액은 569조5542억 원으로 2014년 말 578조229억 원보다 9조 원가량 줄었다. 정기적금 잔액도 지난해 말 36조1733억 원으로 2014년 말 38조4118억 원 대비 2조 원 이상 줄었다. 실질 금리가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해 일정 기간 돈이 묶일 수밖에 없는 예·적금에 선뜻 가입하기 부담스럽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BNK금융그룹 부산은행의 대표적인 스포츠 금융상품인 '가을야구 정기예금'만 봐도 알 수 있다. 이 상품의 지난해 최고 금리는 연 2.1%로 출시 1개월 만에 완판됐다. 하지만 올해는 제공 금리가 최고 연 1.7%로 떨어지면서 1개월간 전체 금액의 절반 정도만 팔렸다.

모바일 뱅킹 상품 개발에도 어려움이 있다. 시중은행이 한 해 선보이는 예·적금 상품은 5~10개인데 갈수록 모바일 전용 상품 비율이 늘고 있다. 모바일 이용 고객이 급증하는 데다 통장 발행, 관리비 등을 줄여 비교적 고금리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바일 상품의 금리는 연평균 2.2% 수준으로 1%대 후반인 일반 예·적금 상품 금리에 비해 높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마케팅부 직원의 고민은 더 깊어진다. 모바일에 익숙하지 않은 노령층 고객에게 오히려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가계 금융·복지 조사에 따르면 전체 연령대 중 금융자산이 가장 많은 계층이 은퇴를 앞두고 있거나 은퇴한 계층인 50~59세로 조사됐다. 이들의 금융자산은 평균 1억1235만 원에 달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계좌이동제 도입에 따라 신규 고객 유치 및 기존 고객 유지를 타깃으로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며 "하지만 워낙 금리가 낮은데다 은행 상품별로 큰 차별성이 없어 고객을 모시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장호정 기자 lighthous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