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기준…작년보다 92조 늘어
- 투자심리 하락·가계부채는 급증

한국은행이 경기 부양 등을 위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연 1.25%까지 내렸으나, 시중에 돈이 돌지 않는 '돈맥경화' 현상이 오히려 심화되고 기업의 투자마저 위축되는 등 애초 기대한 실물경제 활성화는 이뤄지지 않은 채 부작용만 속출하고 있다.

18일 한은에 따르면 1년 미만의 수신성 자금을 의미하는 '단기 부동자금'은 지난 4월 말 943조8539억 원에서 5월 말 958조9937억 원으로 한 달 만에 15조1398억 원 증가하며 역대 처음으로 950조 원을 돌파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가 본격화(지난해 6월)되기 직전인 지난해 5월(866조3000억 원)과 비교하면 92조6937억 원이나 늘었다.

단기 부동자금은 만기가 짧아 언제라도 다른 금융상품 및 투자처로 이동할 수 있는 자금이다. 이 자금이 급증했다는 것은 한은이 통화완화 정책을 통해 시중에 자금을 확대 공급해도 기업 등 실물 부문으로 흘러들어 가기 보다 대기성 자금으로 정체돼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한은이 공급한 통화가 시중에서 몇 배의 통화량을 창출했는지를 나타내는 '통화승수'는 지난해 5월 18.5배에서 올해 5월 17.0배로 떨어지며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당시 한은이 1원을 공급했을 때 18.5원의 통화량이 창출됐다면 지금은 17원 정도밖에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업의 투자 심리도 급속도로 얼어 붙고 있다. 기업 구조조정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대내외 악재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현금보유 심리'마저 확산돼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는 기업이 줄고 있는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제조업의 투자 관련 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는 ▷지난 5월 97.8 ▷6월 96.2 ▷7월 94.9 등 3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은 이주열 총재는 그간 다수의 채널을 통해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구조개혁이라는 3박자가 동시에 이뤄져야 실물경제가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가계부채 급증세도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5월 말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잔액은 956조1731억 원으로 지난해 말(919조9633억 원)과 비교해 36조2098억 원(3.9%)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증가액(29조5753억 원)보다 6조6345억 원(22.4%)이나 많은 것이다. 이석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