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동물 중에는 주위 환경에 맞춰 몸 색깔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종들이 있다. 가자미 넙치 등의 저서성 어류에서부터 아귀목에 속하는 아귀 씬벵이(사진), 연체동물에 속하는 오징어 문어 등이 대표적이다.
이 중 씬벵이는 몸 색뿐 아니라 피부와 몸의 형태까지 주변 환경에 맞게 변화시킬 수 있으니 위장의 귀재라고 할만하다. 특히 해면 주위에서 은신하는 노랑씬벵이는 피부 질감까지 해면을 흉내 내 울퉁불퉁하게 만들 수 있다. 몸 색깔뿐 아니라 피부질감까지 바꾸고 나면 어지간한 관찰력이 아니면 배경에 묻어 들어간 신벵이를 찾아내기 힘들다. 씬벵이가 뛰어난 위장능력을 갖추게 된 것은 다소 통통한 체형에 움직임이 느리다 보니 포식자에게 발각되면 도망가 봤자 얼마 못가 잡히기 때문이다.

씬벵이와 사촌 간인 아귀도 바닥에 납작 엎드려 있으면 바닥면과 구분되지 않는다. 이러한 위장은 먹이를 노려 사냥에 나서는 포식동물의 교묘한 눈속임으로도 작용한다. 이들은 움직임이 느리다 보니 먹잇감을 쫓아가서 잡기보다는 주변 환경에 숨어든 채 기다린다. 그런데 마냥 기다리는 것은 아니다. 등지느러미 끝에 붙은 미끼처럼 생긴 살갗을 입 바로 위에서 흔들어대는데 이를 본 작은 물고기들은 만만한 먹이인 줄 알고 가까이 다가온다. 이때 씬벵이와 아귀는 엄청난 순발력으로 입을 '쩍' 벌려 물고기를 삼켜버린다. 먹이를 삼키는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바로 옆에 있는 물고기조차 눈치채지 못할 정도이다. 씬벵이와 아귀의 소화기관은 신축력이 있어 큰 입을 통해 삼켜지는 먹이를 그대로 받아들인다. 영미권에서는 이들이 미끼를 가지고 낚시를 한다 하여 '앵글러피시(Angler-fish)'라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