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반기 이자이익만 4000억 늘어

국내 대형은행들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대출금리는 찔끔 내리고, 수신금리는 왕창 내리는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이자마진을 극대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7일 은행연합회 공시 자료를 보면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농협·SC제일·시티은행 등 시중 7개 은행의 지난 6월 주택담보대출(만기 10년 이상 분할상환식) 평균금리는 연 2.65~2.92%다. 이 중 가산금리 비중은 평균 44.4%로 대출금리의 절반에 달하는 수준이다.

대출금리는 한국은행 기준금리에 조달금리를 얹은 은행 기준금리에 고객 신용도를 토대로 한 가산금리를 더해 정해지는데 이 가산금리를 2년간 배나 올렸다. 은행들은 가산금리를 재량껏 산정하는데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구체적인 산정 기준과 내용은 공개하지 않는다. 

은행들은 가산금리 비중을 꾸준히 늘리며 대출금리 하락 폭을 줄였다. 가산금리 비중은 2014년 6월 4~28%로, 평균 18.6% 수준이었다. 지난 6월 이 비중이 평균 44.4%까지 올라간 점을 고려하면 이들 은행의 가산금리 비중은 지난 2년간 2.4배 정도 올린 것이다.

국민은행은 15.5%에서 44.3%로 3배 가까이 늘렸다. 2년 전 28.4%로 가산금리 비중이 7개 은행 가운데 가장 높았던 신한은행도 1.6배 증가했다. 특히 농협은행은 2014년 6월 가산금리 비중이 4.5%에 불과했으나 2년 만인 올해 6월에는 46.6%로 무려 10배 이상 올랐다.

대출금리에서 가산금리 비중을 높인 은행들은 고객에게 주는 예·적금 금리인 수신금리를 지속적으로 내려 예대마진을 키웠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29일 '레드몽키스마트정기예금'의 금리를 연 1.50%에서 1.20%로 내렸다. 6월 한은 금리 인하 직후 한 차례 내린 것까지 감안하면 채 두 달이 지나지 않아 0.5%포인트 내린 셈이다. 하나은행과 국민은행, 농협은행 등도 자사 수신 상품의 금리를 한 차례 또는 두 차례씩 하향조정했다. 이 때문에 대형 은행들은 상반기에만 수천억 원대의 이자이익을 올렸다.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 등 5대 대형은행의 상반기 이자이익은 11조3517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10조8423억 원)보다 3.8%(4094억 원) 늘었다.

금융소비자원 관계자는 "은행들은 가산금리를 활용해 이익을 올리고, 금융당국은 이를 묵인해주면서 은행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호정 기자 lighthous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