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러스톤, 헤지펀드 자회사 준비
- KB금융지주는 현대자산 인수

고객이 맡긴 돈을 전문적으로 굴려주는 자산 운용사들이 회사 분할과 자회사 신설 등을 통한 '몸집 불리기'를 본격화하고 있다. 저금리·저성장 기조의 장기화 탓에 주식과 채권 등 전통적인 유가증권 투자로는 고객의 기대 수익을 충족시키기 어렵다고 판단, 전문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조직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자산 내년 2개 자회사 출범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은 지난 18일 이사회를 열고 삼성액티브자산운용(가칭)과 삼성헤지자산운용(가칭) 등 2개의 신설 법인(100% 자회사)을 내년 1월 1일 출범시키기로 결의했다. 액티브자산운용은 국내 주식형 펀드와 투자자문·일임업 등을 전담하게 된다. 자본금 규모는 300억 원이다. 헤지자산운용은 자본금 100억 원 규모의 전문 사모집합투자업자로 출범해 헤지펀드(전문투자형 사모펀드) 운용을 담당할 예정이다.

삼성자산운용은 종합 자산운용사의 타이틀을 유지하되 신설법인에 넘기는 사업을 제외한 집합투자업, 투자매매·중개·자문·일임업, 전문 사모집합투자업 등을 영위하게 된다. 이로써 삼성자산운용은 1998년 9월 '삼성생명투신운용'으로 업계에 첫 발을 뗀 이후 19년 만에 2개의 자회사를 갖춘 국내 대표 자산 운용사로 재탄생하게 된다. 회사 관계자는 "신설 자회사를 통해 펀드 운용의 전문성을 높이면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도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는 헤지펀드를 운용하기 위해 오는 11월까지 '전문 사모 헤지펀드 운용 자회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고객 수익의 극대화를 위해 투자 대상과 운용 전략을 다변화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새로 설립되는 헤지펀드 운용사는 ▷롱숏(매수를 의미하는 '롱' 전략과 매도를 의미하는 '숏' 전략을 동시에 구사하는 것) ▷기업공개(IPO·상장) ▷메자닌(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에 투자하는 것) 등의 전략을 구사하는 헤지펀드를 내놓을 예정이다. 트러스톤은 대체투자 부문도 강화해 부동산·항공기·사회간접자본(SOC)·에너지 등 국내외 대체투자 분야에서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운용전략을 구사할 방침이다.

KB금융지주는 자산운용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장기 전략을 준비 중이다. 이에 앞서 KB금융은 종전 KB자산운용 외에 올해 현대자산운용을 추가로 인수해 이미 2개의 운용사를 거느리고 있다. 한화자산운용은 모회사인 한화생명이 보유한 58조 원 규모의 유가증권 운용을 전담키로 했다. 삼성생명도 지난해 국내·외 주식 및 채권 자산 50조 원어치를 계열사인 삼성자산운용에 위탁하면서 자산운용 관련 부서를 함께 넘겼다.

■업계 조직개편 경쟁 가속화될 듯

이처럼 자산운용업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은 주식과 채권 등 전통적인 자산운용 중심으로 돌아가는 지금의 체계로는 고객이 원하는 투자수익을 올리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투자전략을 자유롭게 구사하는 특화 조직을 가동하면 자금을 모으고 굴리는 과정에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5월 내놓은 '자산운용사 인가 정책 개선 방안'도 이 같은 조직개편 기류에 힘을 불어넣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당시 금융위는 '1그룹 1운용사' 원칙을 폐지하고 운용사 분사와 다른 자산 운용사의 인수 등을 전격 허용했다. 자산 운용사들이 액티브 펀드 전문 운용사, 대체투자 전문 운용사, 헤지펀드 전문 운용사 등 특화된 자회사를 자유롭게 세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국내 한 증권사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금융회사들의 조직 운영과 자산운용 전략이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며 "업계의 이 같은 경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