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치'라는 이름은 450~500 종에 이르는 오징어 종 가운데 유독 다리가 짧아 '겨우 한 치(一寸)밖에 안 된다'는 뜻에서 붙여졌다. 혹자는 한치의 제철이 겨울이다 보니 찰한(寒)자가 붙여졌다고도 한다. 그런데 한치는 속명이고 표준명은 창오징어이다. 동해에서 많이 잡히는 오징어는 화살오징어가 표준명이다. 창오징어와 화살오징어는 지느러미 모양이 다르다. 창오징어의 지느러미 모양이 창날처럼 생겼다면, 화살오징어는 화살촉처럼 생겼다. 그런데 창날이나 화살촉이나 모습이 서로 비슷해 구분이 쉽지는 않다. 물속에서 관찰했을 때 화살오징어 몸의 색깔이 다소 희고 투명하다면 창오징어는 붉은색이 도는 편이다.

지난 주 제주도 성산포 광치기 해변을 찾았을 때다. 깊은 수심에서의 다이빙을 마치고 얕은 수심으로 올라오는데 한 무리의 한치가 눈앞을 지나갔다. 한치를 비롯한 오징어 종들의 유영하는 모습은 아름답다. 활짝 펼친 지느러미를 휘젓는 모습은 리드미컬한 아름다움이다. 겨울이 제철인 한치를 초가을에 만나게 된 것은 행운이었다. 한치를 비롯한 대개의 오징어류는 낮 동안 깊은 수심에 머물다가 밤이 되면 수심 20m 안팎의 얕은 곳으로 올라온다. 주광성인 이들은 본능적으로 밝은 빛이 있는 곳에 모여든다. 어민들은 이러한 습성을 역이용, 어선에 집어등을 내걸고 수십 개의 낚시가 촘촘히 달려 있는 형광물질의 인공미끼를 물속에 드리워 둔다. 한치는 집어등 밝은 불빛에 반사되는 인공미끼를 먹이로 착각하고 달려들다가 낚시에 꿰이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