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엔스, 조선업 불황에 미승인
- 신라젠은 한미약품 사태 불똥
- 해성디에스 상장일 18% 하락

조선업을 포함한 동남권 주요 업종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올해 부산 울산 경남지역의 기업공개(IPO·상장) 시장이 역대 최악 수준의 한파를 맞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상장사 중 90% 정도를 차지하는 수도권 기업들의 'IPO 독식' 현상이 올해도 지속되는 가운데 상장 문턱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시는가 하면, 그나마 '가물에 콩 나듯' 주식시장에 입성한 기업조차 최초 거래일 대비 현재 주가가 최대 20% 가까이 떨어지는 등 투자자로부터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23일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주식시장(코스피·코스닥) 상장을 위해 KRX에 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하거나 상장 심사를 앞둔 기업, 심사가 완료된 기업과 실제로 주식시장에 입성한 기업은 올해 1월 4일부터 지난 21일까지 총 117개사(기업인수목적회사 포함)로 집계됐다. 탈락 여부를 떠나 IPO를 추진한 기업 수가 100곳이 넘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 가운데 동남권에 본사를 둔 기업은 ▷신라젠(부산·심사 대기) ▷코엔스(부산·심사 완료) ▷유니테크노(부산·IPO 완료) ▷해성디에스(경남·IPO 완료) 등 4곳(3.4%)에 불과했다. 울산에서는 지난해만 해도 세진중공업 등 투자자로부터 큰 주목을 받은 우량 기업들이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됐으나 두 달 남짓 남은 올해에는 단 한 개의 기업도 IPO를 추진하지 않고 있다.

동남권 기업들의 IPO 추진이 올해 유독 부진한 것은 지역을 대표하는 주요 업종의 극심한 불황 때문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3월 상장 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하며 유가증권시장 입성을 추진해온 코엔스는 지난 19일 KRX로부터 '상장 미승인' 결과를 통보받았다. KRX는 미승인 결정 이유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해양 플랜트를 포함한 '조선업 불확실성'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고 있다. 코엔스는 해양플랜트 시장 사업지원 서비스 기업이다. 실제로 코엔스의 IPO 여부가 결정되기까지는 무려 7개월이 걸렸는데, 이는 예비심사 청구 이후 45영업일 이내에 결과가 나오는 일반적인 절차와 비교해 6개월에 가까운 기간이 더 걸렸다. 이 기간 KRX는 조선업 개선 여부와 코엔스의 수익성 등을 면밀히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상장(코스닥) 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한 신라젠 역시 늑장 공시로 개인 투자자에게 막대한 손실을 입힌 '한미약품 사태'의 불똥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KRX가 이번 사태 이후 코스닥시장에 상장됐거나 상장을 앞둔 제약·바이오 관련 기업의 심사 기준을 강화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신라젠은 차세대 항암치료제 연구·개발 등을 주요 사업으로 한다. 그만큼 신라젠에는 한미약품 사태가 부담이 될 수 있다.

상장을 완료한 동남권 새내기 주들도 주가 하락으로 한숨을 내쉬고 있다. 동남권의 몇 안 되는 반도체 관련 기업인 해성디에스의 지난 21일 종가는 1만1950원으로 첫 거래가 이뤄진 지난 6월 24일(상장일·1만4600원)과 비교해 18.15%나 하락했다. 자동차부품 제조업체인 유니테크노의 주가는 상장이 이뤄진 지난달 20일 1만1400원에서 지난 21일 1만1100원으로 2.63% 떨어졌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