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을 비롯한 제약업종, 바이오업종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이 글을 쓰는 현재 시점과 독자 여러분들이 지면을 통해 이 글을 읽는 시기의 차이로 인하여 제약업종의 흐름이 여전히 나쁠지를 예단하는 것이 얼마나 무모하고 어리석은지 알고 있다. 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시각, 패러다임의 변화를 이번 글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근간의 제약업종 하락은 단순히 사이클상에서의 문제만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 업황과 관계없이 주식은 업종별로 장기와 단기의 사이클을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기본적 분석이 뒷받침 되지 않더라도(가령, 지난해에 바이오에 대한 지식이 없는 투자자도) 업종에 대한 추종매매를 통해 적잖은 수익을 낼 수 있다. 물론 지금의 하락세 역시 사이클의 한 국면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불안한 상황이 연출됨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수학적으로 기대수익은 '발생 가능수익×확률'이라고 표현 가능할 듯하다. (물론 다양한 상황을 종합하여 가중평균을 내기도 하지만 설명의 편이를 위해 이 정도로 표현해 본다.) 지금까지 신약에 대한 뉴스는 우리에게 환상과 짜릿한 흥분을 제공했다. 그래서 장밋빛 기대감에 의해 신약의 성공 가능성(확률)을 좀 과하게 설정하고 주가를 추정한 것이 아닐까?

만일, A사가 개발하고 있는 신약은 1조의 부가가치를 창출이 예상되며 그 신약의 성공 가능성이 50%라면? 산술적으로 A사의 가치는 5000억 원의 상승요인이 있다. 하지만 신약 성공 가능성이 10%에 불과하다면? A사의 미래 현금흐름은 5000억 원이 아닌 1000억 원으로 추정하는 것이 옳을 듯하다. (회계적인 관점에서 보면 확률이 50%든, 10%든 미실현 수익이기 때문에 가치평가는 0원이다.)

어쩌면 너무나 비관적인 소수의 의견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과거를 돌이켜 보면 기술의 발전은 우리 생각보다 더디다. 2005년 한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황우석 박사는 몇 년 안에 불치병을 치유하며 휠체어에 의지한 환자를 일으켜 세우겠다고 호언장담했다. 그러나 지금도 당시의 불치병들이 고스란히 난제로 남겨져 있다. 필자는 이런 이유로 디스카운트 요인이 주가에 반영되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 앞선다.

물론 투자자들을 위해서, 시장을 위해서, 필자의 생각이 괜한 기우였음 하는 마음이 굴뚝 같다. 하지만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속담보다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넌다' 라는 속담이 더 깊이 여운을 남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최재홍 현대증권 부산지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