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5 가계대책 발표 두 달여 만에 다시 11·3 대책이 발표 됐다. 8·25 대책이 현재의 시장 분위기를 누그러뜨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대책 발표 이후 주택시장은 정부의 의도와는 달리 진정되지 않고 오히려 일부 분양시장을 중심으로 과열 양상을 빚었다. 그런 때문인지 선별적·단계적 대책으로서 실수요자 중심의 대책임을 정부도 천명했고 그러한 목적에 어느 정도 부합하는 내용을 대책으로 담고 있다. 오히려 8.25대책 시점에 이러한 대책 내용이 미리 반영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을 정도다.

이번 11·3 부동산 대책은 서울 강남 4구를 비롯해 경기도 과천 등 투기 과열지역에 대한 전매금지가 주요 골자다. 여기에 부산의 해운대·연제·동래·남·수영구 등 5개구에 대해서는 전매제한기간 강화, 1순위 제한, 재당첨 제한 등의 맞춤형 청약제도가 시행된다. 문제 지역이 언급되었고 거기에 맞는 처방이 적시됐다. 8.25 대책 발표 이후에도 대책을 무력화시키듯 가격 상승을 주도했던 서울 강남일대에 대한 규제 디테일은 돋보인다. 투기적 세력이 작업하기 힘든 구조로 판을 짰다. 그럼에도 전체 시장 분위기는 해치지 않는 범위로 규제의 강도를 조정했다. 지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활성단층 주변 건축물의 내진설계를 충실히 보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 입장에서는 아쉬움도 있다. 첫째, 부산지역은 분양권 전매의 메카다. 분양권 전매가 불법은 아니니 정확히는 불법 분양권 전매의 각축장이다. 그래서 부산지역 가운데에서도 문제가 되는 지역들을 솎아 냈다. 방향은 맞다. 그러나 투기적 수요로서의 분양권 전매라는 것이 '분양권에 붙은 프리미엄의 시세 차익을 얻고자 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청약 기준에 맞으면 무조건 넣고 본다. 당첨되면 수 천 만원의 프리미엄이 생기고 그것을 다운계약서 작성을 통해 불로소득으로 취하는 구조다보니 이번에 지정한 다른 지역으로의 풍선효과가 불가피하다.

둘째, 합법적인 분양권 전매보다 '판'을 키우기 위해 개입하는 작전 세력에 대한 색출이 필요하다. 이런 이유로 이번 대책은 큰 틀에서의 방향은 옳으나 디테일에서는 다소 문제점을 갖고 있다. 이런 이유로 정부는 이번 대책의 실효성 여부에 따라 투기과열지구지정과 같은 보다 강력한 규제책을 준비하고 있는지 모른다. 시장이 멈춰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너무도 쉽게 얻을 수 있는 불로소득과 같은 분양권 전매 투기는 잡아야한다. 이번 대책의 발표로 실수요자 중심의 내수 진작을 위한 정부와 역외자본 및 떴다방 등 작전세력 간 분양권전매시장에서의 수 싸움은 이미 시작된 셈이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금융학과 교수·주택도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