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45대 대통령으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됐다. 트럼프 당선 확정 뉴스가 나왔을 때 금융시장은 변동성이 확대되는 등 불안한 반응을 보였다. 국내 주식시장은 폭락했고 위험자산의 가격도 급락했다. 하지만 시장은 이내 반등했고 트럼프 공약이 가져올 변화에 따라 자산간 차별화된 흐름이 나타났다.

금융시장의 반응을 보면 트럼프 당선은 브렉시트, 그리스의 치프라스 총리(유로존 탈퇴 주장) 선출 등과 유사한 부분이 많다. 이들 이벤트는 발생 초기 투자심리를 급격히 약화시켰으나 그 영향력은 단기에 그쳤다. 즉 브렉시트는 실제 협상이 진행되기까지 충분한 시간이 있기 때문이었고, 그리스는 현실적으로 급진적인 정책을 펼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미국의 정책이 당장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과 공약대로 정책 시행이 어려운 현실적인 부분이 있다는 점이 유사하다. 이에 금융시장은 학습효과를 바탕으로 빠르게 진정되고 있는 편이다. 하지만 좀 더 시간을 두고 위험성이 반영될 가능성도 지켜봐야 하는 부분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만들어갈 미국에 대해 생각해보고 적절한 투자 기회를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알다시피 트럼프는 자신이 주장했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중심으로 미국의 이익 극대화에 초점을 맞추는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한다. 트럼프 공약 중 감세, 재정지출 확대, 규제완화, 인프라 투자 정책은 미국의 GDP 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높일 전망이다.

미국 주식시장은 다른 지역보다 양호할 수 있다. 특히 업종별로 금융, 헬스케어, 소재, 산업재, 에너지 섹터가 유리한 구조(상대적 강세)이다. 실제 미 대선 이후 금융업은 규제 정책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했고 헬스케어는 약값 인하 정책이 실현되지 않을 것이라는 안도감이 주가를 끌어 올렸다. 건설, 기계 등의 산업재는 인프라 투자확대 기대감, 에너지 섹터는 공화당이 석유 등 전통에너지 활용에 우호적이었다는 측면에서 강세를 보였다.

한편 채권투자의 매력은 떨어질 수 있다. 트럼프 정부는 적극적인 재정 확대와 자국 중심의 정책을 펼치면서 국채 발행 확대와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금리 상승을 유발할 것이기 때문이다. 보호무역주의 확대, 관세 및 무역장벽 강화 등은 신흥국, 특히 미국과의 교역에서 흑자를 보고 있는 국가의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트럼프 공약 중 급진적인 정책은 향후 시행 과정에서 좀 더 현실적으로 다듬어질 것으로 본다.

앞으로 이달 말 열리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의, 12월에 이탈리아 개헌투표와 미국 FOMC가 예정되어 있다. 결과에 따라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는 추가 이벤트이다. 따라서 섣불리 저가매수나 손절매에 나서기보다는 투자의 시계를 좀 더 길게 잡고 상황을 지켜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분산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되, 장기적 관점으로 펀더멘털 환경을 볼 필요가 있다.

박성배 미래에셋증권 남천동 지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