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 신규입주 물량 쏟아지면
- 일정기간 '조정' 거칠 듯

11·3 부동산 대책에다 시중은행의 대출 금리 인상까지 이어지면서 전국 아파트값 상승을 견인하던 부산 부동산 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거래가 급격히 줄고, 가격 상승세도 멈췄다. 게다가 내년에는 신규 아파트입주 물량까지 크게 늘어날 예정이어서 지역 부동산 시장이 상당기간 조정을 거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5일 부산지역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가격이 많이 오른 지역을 중심으로 지난달 말부터 매입 문의가 급감하고 있다. 재건축 기대 예정지인 해운대구 재송시영 아파트 단지 인근 A부동산 관계자는 "가격은 아직 그대로지만, 최근 들어 문의는 확실히 줄어들었다"며 "내년 초 조합설립이 인가되면 또 한 번 움직일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해운대구 우동 삼호가든 주변 B부동산 소장은 "11·3 대책 이후 매수자 관심이 좀 덜한 건 사실"이라며 "올해 워낙 많이 오른 데다 이런 추세라면 가격도 일정부분 떨어질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분양권 거래도 주춤하다. 동래구 사직동 C부동산 소장은 "2주 전까지 주변 아파트 분양권에 2000만~3000만 원씩 프리미엄이 붙어서 거래됐는데 지금은 찾는 사람이 줄고 거래가 잘 안 된다"며 "가격 하락을 기대하며 다들 관망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런 시장 분위기는 공식 발표자료와 괴리가 크다. 지난 1일 발표된 '월간 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부산은 지난달 0.55%가 올라 전국 최고 수준이었다. 해운대구는 1.1%가 상승해 전국 구·군 중에서 가장 많이 올랐다.

그러나 주별 상승세는 꺾이고 있다. 한국감정원 '주간아파트가격동향'에 따르면 부산의 아파트값 상승률은 지난 10월 10일 0.34%에서 지난달 28일 0.15%로 하락했다. 11월 'KB부동산 매매가격 전망지수'에 따르면 부산을 포함한 5대 광역시 전망지수는 지난 10월 109.5에서 지난달 98.1로 떨어졌다. 100을 초과할수록 상승세를 전망하는 공인중개사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군다나 내년에는 한창 부동산 상승기였던 2년 전 분양한 아파트가 대거 입주를 시작하면서 입주 물량이 올해보다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5일 솔렉스마케팅에 따르면 내년엔 부산에서 1만9000가구가 입주가 예정돼 있으며,1만6000세대가 분양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내년 부산의 주택 가격이 크게 떨어지지는 않겠지만 조정기를 거칠 것으로 내다보고있다. 동의대 강정규 교수(재무부동산학과)는 "정부 정책에 둔감했던 부산의 시장 참여자들도 최근 금리 인상을 체감하면서 소극적인 투자로 전환하고 있다"며 "이런 조정 분위기는 내년 차기 정권이 들어서서 정치·경제적으로 안정될 때까지는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솔렉스마케팅 김혜신 부산지사장은 "가격이 급락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일부 재개발 단지를 중심으로 분양 열기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하송이 기자 songya@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