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투자에 정답이 있는 걸까요? 지난 주말 종목선정의 늪에서 동아줄을 잡는 심정으로 주식투자 입문서를 펼쳤습니다. 도서관에서 세 권의 책을 빌렸는데, 종목 선정에 대해 공통적으로 내놓는 답이 있었습니다. 주식을 살 기업의 가치를 판단하기 위해 4가지 지표를 살펴보라는 겁니다. ▷자기자본이익률(ROE) ▷주당순이익(EPS) 주가수익비율(PER) ▷이브이에비타(EV/EBITDA) ▷주가순자산비율(PBR)입니다.

이 용어를 보자 한숨부터 나왔습니다. 신문사 입사 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할 때 공직적격성평가(PSAT) 문제에서 자주 보던 것들이었습니다. 각 지표는 수식으로 구성돼 있는데, 수많은 숫자의 향연 속에 암산을 통해 가장 ROE가 높은 기업을 찾으라는 식이죠. 시험의 압박감과 탈락의 고배를 마셨던 기억이 떠오르자 눈길도 주기 싫더군요. 그러나 실패의 경험은 이렇게 기사를 쓰기 위한 밑거름이었을 뿐이라고 애써 '정신승리'하며 책장을 넘겼습니다.

먼저 자기자본이익률은 당기순이익을 평균 자기자본으로 나눈 것입니다. 자기자본보다 이익을 많이 낼수록 괜찮은 기업이겠지요. 여러 책에 따르면 10~20%면 적정 투자대상이고 20% 이상이면 수익성이 높은 회사라는군요. EPS는 주당순이익이고, PER은 주가를 1주당 예상순이익으로 나눈 것입니다. PER가 낮을수록 회사가 벌어들이는 이익금에 비해서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는 뜻입니다.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해석할 수 있지요.

이브이에비타(EV/EBITDA)는 조금 더 복잡합니다. 이브이는 시가총액에 순차입금을, 에비타는 영업이익, 감가상각비 등 비현금성 비용, 세금을 합한 것입니다. 즉 기업의 현금창출능력이 시가총액 대비 얼마나 평가받고 있는지를 보여주는데 역시 숫자가 작을수록 저평가됐다고 합니다. PBR은 주가를 1주당 자산으로 나눈 겁니다. 자산이 많다는 것은 재무내용이 양호하다는 것을 나타내기 때문에 자산에 비해 주가가 상대적으로 낮은 것이 투자하기 좋다는 뜻이랍니다.

그러나 이 지표를 계산하기 위해 골머리를 앓을 필요는 없습니다. '네이버 금융' 등에서 관심 있는 종목을 클릭하면 이미 분석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12일 현재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기업이 코스피에 779개사 900종목, 코스닥에 1205개사 1214종목에 이른다는 겁니다. 모두 하나의 정답만 고른다면 애초에 시장이 형성되지도 않았겠지요. 어느 주식투자서의 첫 장에 이런 말이 있더군요. '절차탁마(切磋琢磨), 자기 나름의 투자 원칙을 정립할 때까지 끊임없이 이론을 공부하고 실전을 반복해야 성공투자의 길로 접어들 수 있다.' 주식투자인구는 2013년 집계로 507만6000여 명, 전체 인구의 약 10%라고 합니다. 500만 가지 저마다의 투자원칙이 있겠지요?

박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