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8·25대책과 11·3 가계부채 관리대책을 내놓았음에도 지난달 대출액은 오히려 증가했다.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국내 대출금리 상승과 내년부터 시행될 대출규제 정책에 대비하려는 움직임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6년 11월중 금융시장 동향'을 살펴보면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은 한달 사이 8조8000억원 증가, 지난해 같은 기간 증가액인 7조5000억원보다 훨씬 늘었다.

정부는 가계대출 부실을 방지하기 위해 많이 다급해진 분위기다. 상대적으로 가계대출에 취약하다고 할 수 있는 저소득계층에 대한 대출까지도 규제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카드론, 신용카드 미결제액 등 차주가 전 금융권에서 부담해야 하는 연간 원리금(원금+이자) 상환액을 소득에 따라 그 대출폭이 결정되는 총체적원리금상환비율(DSR)제도가 부각되고 있다. 게다가, 내년부터는 부부 합산 연 소득 6000만원 이하(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는 7000만원)인 무주택 가구주가 5억원 이하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을 살 때 최대 2억원까지 빌려주는 서민 대상 대출 상품인 '디딤돌대출'의 DTI(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 비율) 기준이 대폭 축소된다.

가계대출 부실을 방지하기 위해 많이 다급해진 정부 분위기가 있다 하더라도 '이건 좀 아니다'라는 생각까지 든다. 내년 주택가격이 하락한다는 전망치가 계속나오고 있는 과정속에서 집값이 떨어질 때 집을 사고자하는 서민층은 꽉막힌 가계대출 규제로 내 집 마련이 더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무주택자가 내 집 마련을 해야할 시기인 집값이 떨어질때는 대출이 힘들어서 내집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집값을 올라갈 때는 대출을 받더라도 집값이 턱없이 높아 돈이 부족한 상황인 것이다.

내년부터 주택 보유자는 아예 장기저리대출상품인 디딤돌대출을 받을 수 없도록 하는것처럼 무주택서민과 투자목적의 투자자를 구분하는 정책적 대출규제가 필요하다. 현재의 가계부채증가에 따른 위기의 목소리는 저소득 무주택서민들에 의해서 발생한 현상이 아니라 높은 투자수익을 얻기 위해 무리하게 대출을 받은 일부 투자자때문이라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강정규 동의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