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고 있던 돈 103억1993만5000원이 깨어났습니다. 지난 9일 문을 연 통합계좌관리서비스 이야기입니다.인터넷 계좌통합관리서비스 홈페이지(accountinfo.or.kr)에서 자신이 갖고 있는 계좌를 한눈에 조회하는 서비스죠. 여기서 1년 이상 잊고 지냈던 소액 잔고를 바로 이체하고 계좌를 해지할 수 있는데, 그 금액이 열흘만에 100억 원 이상을 돌파한 겁니다. 이 서비스는 지난 18일까지 148만6193명이 찾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저 역시 시행 전날 기사를 쓰면서 페이지에 들어가봐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당일에는 까맣게 잊고 말았습니다. 그날은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이 있던 날이었거든요. 탄핵안이 가결된 뒤 오후 4시 40분쯤 이 서비스를 주도한 금융위원회가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첫날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이용자가 13만 명이라고요. '아차' 싶어 접속했더니 팝업창이 뜨더군요. '이용고객이 많아 접속 대기 중입니다. 예상 대기 시간 32분 3초, 대기순번 3846번째.' 심상치 않더군요. 주말에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고, 금융위는 거의 매일 이 서비스 이용현황을 집계해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이용자가 많자 금융위는 지난 12일 보도참고자료도 배포했습니다. 홈페이지 대기시간이 길다는 불만에 대해 은행 전산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접속자 수를 제한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접속자 수가 적은 낮 12시~오후 2시에 접속하면 나을 거라더군요. 점심시간을 이용해 저도 이 사이트에 들어갔습니다.

제 이용 경험을 토대로 앞으로 이 서비스에 들어갈 분을 위한 준비물을 알려드립니다. 먼저 공인인증서, 휴대폰, 은행계좌번호 세 가지를 갖춰두는 게 편리합니다. 자신 명의 계좌 통합 조회를 하려면 주민등록번호 입력 후 공인인증서 로그인을 하고, 휴대폰 인증을 통해 본인 확인을 거쳐야 합니다.

이 관문을 통과하면 은행별 계좌 내용이 뜹니다. 1년 이상 입출금거래가 없으면 '비활동성계좌'로 표시됩니다. 이 계좌는 '잔고이전 계좌해지' 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은행계좌번호는 이때 필요합니다.

하나 더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기억의 습격에 대비한 마음의 준비입니다. 저는 비활동성계좌가 6개나 있었습니다. 상세조회를 하면 언제 어떤 지점에서 통장을 만들었는지 나옵니다. 대학, 대학원이나 전 직장 건물 등 잊고 있던 익숙한 이름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추억을 더듬다 보니 어느덧 점심시간이 끝났습니다. 여러분도 이 서비스를 통해 잊었던 돈과 추억을 한꺼번에 찾을 수 있을지 모릅니다.

박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