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 기업들은 논란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다른 어느 때보다 비장한 각오와 준비가 필요합니다."(대한상공회의소 박용만 회장)

'청와대 게이트' 관련 특검 수사와 정경유착 논란, 대내외 리스크와 주력 사업의 부진까지. '1년 농사'에 대한 기대감과 경영 전략 수립 등으로 활기찬 새해를 맞아야 할 국내 주요 그룹들이 올해만큼은 극도로 위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해 경영 환경이 지난해보다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하는 재계의 위기감은 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대한상의 주최로 열린 '2017년 경제계 신년인사회'를 통해 고스란히 표출됐다.

우선 1000여 명에 그친 참석자 수만 봐도 정치적 리스크로 잔뜩 움츠린 재계의 현 상황을 여실히 알 수 있다. 이 행사는 그룹 총수들과 임원, 경제 5단체장과 상공계, 대통령과 각 정당 대표 등 정·관·재계 인사들이 참석하는 경제계 최대 이벤트다. 2015년과 지난해 1월에는 각각 1500여 명과 1300여 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으나 올해 인원은 전년 대비 23% 줄었다.

무엇보다 직무가 정지된 박근혜 대통령뿐 아니라 4대 그룹(삼성 현대자동차 SK LG)을 포함한 주요 그룹(롯데 포스코 GS 한화 현대중공업 한진 등) 총수들이 대부분 불참했다. 이들은 '건강'과 '다른 일정' 등의 이유로 대한상의 측에 일찌감치 불참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들의 불참은 특검 수사를 목전에 둔 상황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재계 관계자는 "카메라 앞에서 와인 잔을 들고 마냥 웃을 수만은 없지 않느냐. 새해 시작부터 주요 그룹의 분위기가 침통하다"고 전했다.

정치권에서도 재벌개혁을 주창하는 야권을 중심으로 행사 참석 인사가 지난해보다 줄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지도부 전원이 불참하기로 했다가 오후에 입장을 바꿔 추미애 대표 등 일부 인사만 모습을 드러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허창수 회장(GS그룹 회장)의 불참 역시 재계를 향한 비판 여론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은 "기업들 스스로 성숙된 모습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