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직 내 갈등 의혹까지 불거져
- 쇄신 작업 제대로 될지 불투명

"저희도 아는 것이 없습니다. 알려드리지 못해 정말 죄송합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홍보팀 관계자가 지난 12일 오전 기자에게 한 말이다. 당일 오후로 예정됐던 전경련 회장단 회의의 개최 시간과 장소 등을 묻자 '엉뚱하게도' 모른다고 답변한 것이다. 회의의 주된 내용은 차치하더라도 홍보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이 자사의 행사 일정을 모를 리 없다는 생각에 재차 질문했지만 이 관계자는 양해를 구하는 말만 반복했다.

'청와대 게이트'와 관련해 정경유착의 핵심 고리로 지목받는 전경련이 조직 쇄신 방향 등을 논의하기 위해 올 들어 처음으로 회장단 회의를 열었으나 과정과 결과 모두 초라했다. 사면초가에 놓인 조직의 현주소만 확인된 '무의미한' 회의에 그친 것이다. 회원사인 주요 그룹 총수들이 불참한 데다 조직 내 갈등 확산을 의심케하는 정황까지 나왔다.

전경련 홍보팀이 회의 일정조차 파악하지 못한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존재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회의를 주관한 전경련 내 다른 부서는 홍보팀에 시간과 장소 등 구체적인 일정을 알려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해당 부서 측이 '너희(홍보팀)가 알아서 뭐하느냐'며 아무것도 전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새해 처음으로 열리는 회장단 회의의 중요도와 무게감을 고려할 때 홍보팀의 미인지는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 관계자의 말이 '팩트'라면 삼성 LG SK 등 주요 그룹의 탈퇴 선언으로 존폐 기로에 놓인 전경련이 조직의 와해가 의심될 정도의 위기 상황에까지 직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국 회의 시간(오후 5시)과 장소(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는 개최 직전 언론에 공개됐다.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 역시 '반쪽' 그 자체였다. 참석 대상 18개 그룹 중 상당수가 불참했다. 10대 그룹 중에서는 GS그룹의 허창수 회장만 참석했다. 전경련 회장을 맡고 있는 허 회장의 참석은 당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전경련 측 인사들을 빼고는 사실상 재계 인사 대부분이 모습을 보이지 않은 것이다. 조직 쇄신 작업이 전경련의 기대만큼 동력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