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시절부터 보호무역주의를 강하게 천명해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상대로 지난 20일(현지시간) 취임사를 통해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에 따라 한국 경제는 이전보다 명확해진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강행 의지와 발발 가능성이 커진 '글로벌 무역전쟁' 등 미국발 각종 파고를 넘어야 하는 불확실성의 시대를 맞게 됐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트럼프 리스크'가 우리 경제에 미칠 파장이 예상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며 지나친 공포감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돈나가 여성행진 행사에 참여해 반트럼프 발언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G2 무역전쟁 발발 시 한국 경제 타격

22일 재계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사와 같은 날 백악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된 6대 국정기조는 자국의 노동자와 이익에 초점을 맞춘 미국의 경제정책이 마침내 실체를 드러낸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세금, 이민, 외교에 관한 모든 결정은 미국 노동자와 미국 가족의 이익을 위해 내려질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6대 국정기조를 통해서도 '미국인을 위한 무역협상'을 가장 중요한 화두로 제시했다. 특정 국가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이 후보 시절부터 끈임없이 주창한 보호무역주의를 취임식에 맞춰 공식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이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강행하면 중국 등 신흥국 경기가 냉각돼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트럼프 행정부가 통상정책에 변화를 줘 '경제 라이벌'인 중국과 무역전쟁 등을 벌이면 한국의 대중 수출은 직격탄을 맞게 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 "중국 상품에 45%의 관세를 물리고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공언했다. 부산의 경우 전체 수출에서 미국(25.5%)과 중국(12.8%)으로의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40%에 육박했다.

　한미자유무역협정(FTA)에도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6대 국정기조를 통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NAFTA) 탈퇴 가능성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TPP나 NAFTA가 실제로 폐기되면 그 불똥이 한미FTA로 이어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2500만개 일자리 창출과 연 4% 경제성장을 목표로 내걸었다는 점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성장 위주의 정책 기조에 맞춰 금리 인상속도를 높일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되면 한국의 시장금리가 상승할뿐 아니라 한국은행 역시 기준금리 인상 압박을 받게 돼 1300조 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당장 수출에 악영향 미치진 않을 것"

반면 소수의 주장이기는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가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NH투자증권 안기태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트럼프발 보호무역은 상대방의 수출을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 내 투자를 유치해 소비와 고용을 창출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며 "당장 올해 한국 수출에 악영향을 줄 일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에 대한 해외 직접투자가 늘어날 경우 한국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양방향"이라며 "완제품 생산이 대체되는 부정적인 효과도 있지만 중간재 수출이 늘어나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미국의 새 행정부 출범에 따른 한국 경제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트럼프 정부 인사에 대한 본격적인 전방위 접촉에 나설 계획이다. 아울러 각 기관 간 협업체계를 강화하는 한편, 대내외 경제·금융 상황을 철저히 모니터링해 불안감이 증폭되면 컨틴전시플랜(비상계획)에 따라 즉각 대응하기로 했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