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작년 ㎡당 60만원 서울 절반
- 권리금 거래 71.4%…7%P 하락

부산 동래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던 A 씨는 최근 가게를 그만두면서 막대한 손해를 봤다. 2년 전 가게를 열 당시 앞선 가게 주인에게 권리금 3000만 원을 주었지만 그만둘 때는 이것의 절반도 받지 못했다. 인테리어에 들어간 비용을 생각하면 더 받아도 부족하지만 경기 불황 탓에 식당 운영이 잘 되지 않아 시간을 끌면 끌수록 손실분이 쌓이다 보니 권리금도 제대로 못 받고 가게를 넘겼다.

지난해 부산과 울산지역 상가 중 권리금을 받는 비율이 2015년보다 전국 대도시 중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권리금은 법적으로 정해진 비용은 아니지만, 상가 활성화를 가늠하는 척도인 만큼 자영업자들의 살림살이가 그만큼 팍팍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31일 한국감정원이 내놓은 '2016년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조사'를 분석한 결과 부산의 '권리금 유(有) 비율'은 71.4%로 2015년보다 7.0%포인트 하락했다. 울산은 같은 기간 79.7%에서 72.6%로 추락해 대도시 중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 기간 전국 평균 증감률은 -2.8%포인트였다. 그만큼 권리금을 받고 나가는 자영업자의 수가 감소했다는 의미다. 부산과 울산 모두 2015년에는 10명 중 8명이 권리금을 받았지만 지난해는 7명만 받았다는 뜻이다.

지역별 평균 권리금 수준을 보면 부산은 ㎡당 60만9000원으로, 서울(110만1000원)의 절반 수준이었다. 울산은 더욱 심각해 ㎡당 29만4000원에 머물러 7대 도시 중 최저액을 기록했다.

실제로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 온도도 차갑다. 부산 연제구에서 제과점을 운영하다가 이달 초 그만둔 B 씨는 "들어오겠다는 사람이 없어 권리금을 받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오히려 인테리어 철거 비용까지 들었다"며 하소연했다.

서면복개천상인연합회 조상문 회장은 "과거 1억5000만~2억 원에 달하던 권리금을 최근에는 5000만 원으로 낮춰 주겠다고 해도 가게가 안 나가는 실정이다. 권리금이 없는 가게도 많아진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동의대 강정규(재무부동산학과) 교수는 "권리금은 그 지역의 상권이 얼마나 활성화됐는지를 보여주는데, 권리금을 받지 못하는 곳이 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장사가 안 된다는 의미다. 정부에서 권리금을 공시지가처럼 정형화하는 작업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처럼 권리금의 급격한 하락과 상승으로 인한 자영업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송이 기자 songya@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