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정치가 그 어느 때보다 입에 많이 오르내리는 시기다. 지난해에는 영국이 EU에서 탈퇴하는 일명 '브렉시트'라는 정치적 큰 이벤트가 일어났다. 아울러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도 예상과 달리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아직도 경제 및 주식시장 전망에 가장 큰 변수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경제나 금융시장이 발전한 나라일수록 정치적 이벤트에 의한 시장의 흔들림이 적다. 선진국이라는 것은 한 국가의 경제 규모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선진국은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어서 경제나 금융시장이 선진화되어 있다.

시스템이라는 것은 많은 시행착오와 이를 극복하고 해결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라고 재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잘 갖춰진 시스템이라고 해도 정치적 이슈로 인해 일시적으로 흔들리는 것은 당연하지만, 시스템의 근간이 흔들리지 않아야 성숙한 경제 또는 금융시장이다. 일련의 정치적 혼란스러움에도 금융시장이 안정된 모습을 유지한다는 것은 그만큼 글로벌 금융시장의 시스템이 잘 작동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비단 미국만의 경우가 아니다. EU에서 탈퇴한 영국도 금융시장이나 경제지표가 예상외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도 그러하다. 국내외로 혼란스러운 잡음은 많지만, 주식시장을 비롯해 금융시장 지표들은 아주 안정적인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2016년 국내 기업들의 순이익은 역사상 처음으로 100조 원을 넘어설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올해는 이보다 10~15%정도 순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코스피는 여전히 2000포인트를 지지선 삼아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정치적 이슈만 본다면 주식시장이 이렇게 양호한 흐름을 보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결국 주식투자를 실행함에 있어서 정치적 이벤트보다는 기업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이익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 다시 한번 검증되고 있다.

정치가 금융시장을 구성하고 있는 환율, 금리, 유가 등의 변동성을 높일 수도 있지만, 이와 동시에 균형을 찾아가려는 노력도 함께 진행된다. 원/달러 환율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1300원을 넘어설 듯이 상승했지만, 이제는 1140원 선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유가도 높은 변동성을 보일 것처럼 굴었지만, 여전히 50~55달러 사이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시장은 정치적 이슈를 처음 소화하는 과정에서 변동성이 높은 것처럼 움직이지만, 결국은 다시 원래의 자리를 찾아간다.

투자의 큰 흐름을 읽기 위해 정책 방향에 관심을 두는 것은 중요하지만, 정치 이벤트에 얽매이는 것과 정책 방향에 관심을 갖는 것과는 엄연히 다르다. 아무리 정치적 이벤트가 뉴스를 장악하고 있다고 할지라도 이러한 뉴스에 의해 투자의 초점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 주식은 기업들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많은 이익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과 환경인지가 가장 중요하다. 이를 추정하기 위해 환율과 유가를 전망하게 되는데 잠시 변동성이 커졌던 환율이나 유가도 모두 제자리를 찾아 돌아왔다. 그러므로 지금은 투자하기에 나쁜 환경이 아니라는 판단이다.

서동필 BN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