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부과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며 우리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퀄컴(Qualcomm)이 삼성전자와 공정위 간 '유착' 의혹을 불복 이유로 내세우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재계와 삼성은 "황당한 억측 논리를 펼치고 있다"며 퀄컴을 강하게 비판했다.

연합뉴스

　미국의 무선통신 전문 업체 퀄컴은 공정위를 상대로 한 과징금 불복 소송을 지난 21일 서울고등법원에 제기했다고 22일 밝혔다. 아울러 이 업체는 공정위가 내린 시정명령의 집행을 소송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중지해 달라는 집행정지 신청도 함께 냈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해 말 퀄컴에 역대 최대 규모인 1조3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퀄컴이 칩세트 공급과 특허권을 연계해 확보한 시장 지배력으로 업계의 정상적인 경쟁을 방해하고 특허권을 독식했다는 이유에서였다.

　퀄컴이 과징금 부과 결정 두 달 만에 불복 소송을 제기한 것은 삼성전자가 공정위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청와대 게이트 관련 특검 수사에서 불거진 삼성과 공정위 간 '커넥션' 의혹 등을 고려할 때 지난해 12월 공정위 결정에도 삼성 측의 부당한 압력이 작용했을 수 있다는 게 퀄컴의 주장이다. 돈 로젠버그 퀄컴 총괄부사장은 지난 21일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공정위와 삼성 간 유착 의혹에 대해 특검이 수사하고 있다는 최근 보도로 우리의 우려는 커졌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억측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퀄컴에 대한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결정과 특검 수사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퀄컴이 황당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일축했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도 "당시 공정위 결정의 핵심은 퀄컴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이었다"고 못박았다.

　재계 일각에서는 삼성에 대한 특검 수사와 이에 따른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이 퀄컴에 반격의 빌미를 제공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퀄컴이 '총수 공백'의 빈틈을 파고든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