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사 소재지 '부산' 명시 난항
- 더민주 의원들 반대의견 여전
- 노조 "소위 통과 땐 총파업 불사"

한국거래소 지주회사 전환을 둘러싼 갈등의 불씨가 되살아나는 조짐이다. 국회에서 일부 의원이 추진 움직임을 보이자 거래소 노조 등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거래소 지주회사 전환 문제는 앞서 관련 법안이 처음 논의된 지난 19대 국회에서도 여야간 이견으로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자동폐기된 바 있다.

23일 금융권 및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22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거래소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심사했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위원들은 금융위원회에 ▷거래소 기업공개(IPO) 시 상장차익 환원 ▷한국예탁결제원 지분 처리 방안 등 쟁점에 대해 구체적인 안을 정리해 올 것을 주문했다. 24일 소위에서 이에 대한 추가 논의를 한 뒤 이견이 있으면 부대의견을 달아 법안을 처리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이진복(바른정당·부산 동래) 국회 정무위원장실 관계자는 "8부 능선을 넘었다"고 말했다. 애초 탄핵 등 정국 혼란에 따라 현 정권 임기 중 재논의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서는 한 발 나아간 분위기다.

그러나 여전히 반대 기류가 있어 법안이 소위나 상임위를 통과하기가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김해영(부산 연제) 의원은 "한국거래소 지주회사 전환이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유의미한 해법인지 아직 논란이 되는 상황이다"며 "부칙에서 '거래소 본사 소재지 부산'이라는 표현을 삭제하는 것은 조선산업 침체 등 경기침체가 심각하게 우려되는 부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거래소 본점에 대해 현재 '부산광역시'로 명기된 것을 '파생상품시장 등 자본시장에 특화된 지역'으로 바꾸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진복 의원 측은 부대의견으로 보완하면 된다는 입장이지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동아대 조성렬 명예교수는 "부대의견은 실효성이 없어 정부가 부산의 파생금융중심지를 해제하거나 다른 지역을 파생금융중심지로 지정하면 언제든지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과 거래소 노조는 23일 기자회견을 열어 "박근혜 정권 들어 조성된 막대한 '창조경제' 자금을 손쉽게 회수하기 위해 '묻지 마 상장'으로 증시에 거품을 만들려는 것이다. 버블 붕괴에 따른 손실은 대부분 개인투자자에게 돌아갈 것이다"며 "법안이 24일 정무위 법안소위를 통과한다면 즉시 총파업도 불사하는 총력투쟁에 돌입할 것이다"고 말했다.

박지현 기자 anywa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