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좌)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우)

신동주(63)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롯데쇼핑 지분 매각으로 롯데그룹 총수 일가의 경영권 분쟁 사태가 사실상 마무리됐다는 분석이 증권업계에서 나왔다. 다만 신 전 부회장 측은 이 같은 '분쟁 퇴각설'을 강하게 일축하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은 23일 보고서에서 "신 전 부회장이 (동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의) 경영권 분쟁 중에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의 보유 주식을 대량 처분한 것은 신 전 부회장이 밝힌 사용처 등을 고려할 때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앞서 신 전 부회장은 지난 22일 자신이 보유한 롯데쇼핑 지분 13.45% 중 5.50%에 달하는 173만883주를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했다. 이에 따라 신 전 부회장은 3000억 원 이상(세금 제외)의 자금을 확보했다. 신 전 부회장이 대표로 있는 SDJ코퍼레이션 측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세금 대납 ▷한국에서의 신규사업 투자 ▷일본 광윤사의 차입금 상환 등에 해당 자금을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증권업계에서 신 전 부회장의 '경영권 포기설'이 나오는 것은 두 형제의 롯데쇼핑 지분 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번 매각으로 신 전 부회장(7.95%)과 신 회장(13.46%)의 롯데쇼핑 보유 지분 격차(5.51%포인트)는 매각 이전(0.01%포인트)보다 월등히 커졌다. 이마저도 신 전 부회장의 남은 지분은 지난 1월 주식담보대출을 받으며 담보로 잡힌 물량이다. 신 전 부회장 입장에서는 남아 있는 롯데쇼핑 지분이 사실상 없는 것과 같다.

　하이투자증권은 "한국 및 일본의 롯데 계열사 이사회를 신 회장이 장악하고 있는 데다 계열사별 내부 지분율도 신 회장이 높기 때문에 사전 협약이 있지 않는 한 신 전 부회장이 다른 롯데 계열사의 지분을 매수하기도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NH투자증권도 보고서에서 "형제 간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된 것으로 해석된다"며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전환에 반대해 온 신 전 부회장의 지분 매각으로 지배구조 개편 걸림돌도 해소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SDJ코퍼레이션 관계자는 "이번 지분 매각은 경영권 분쟁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